▲ 서소문순교자기념관에 전시된 정미숙 수녀의 닥종이 인형 작품`교우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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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매달려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어미를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아이들, 하느님을 알게 된 기쁨도 잠시 잔인한 고초 속에서 주님을 증거하다 형장터에서 처참히 순교한 선조들…. 200여 년 전 신유박해(1801년) 당시, 주님을 향한 굳건한 믿음 하나로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는 것을 마다치 않았던 순교자들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중림동약현본당(주임 이준성 신부)은 2일 성당 내 서소문순교자기념관에서 `박해 이야기`를 주제로 닥종이 인형 전시 개관식을 열었다. 정미숙(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가 오랜 묵상과 기도로 창작해낸 작품은 옛 교우촌부터 서소문 밖 형장터 모습까지 총 12개 장면으로 구성됐다.
서적을 통해 처음 하느님을 알고 기뻐하는 이의 얼굴부터 성모상이 모셔진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행복하게 사는 이들의 모습, 형장터로 끌려가 잔인한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그 길이 생명의 길로 접어들기에 슬퍼하지 않는 선조들의 모습이 닥종이로 생생하게 묘사됐다. △하늘시민 △하늘본향 가는 길 △사랑은 옥중 궁궐이네 △어둠의 길, 생명의 길 △잔치(군문효수) △천주님 이제 됐습니다 △사랑은 수고를 몰라라 △지복직관(至福直觀) 등 각 작품마다 달린 제목과 설명은 순교영성의 깊은 뜻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날 교중미사 후 작품을 접한 본당 신자들은 `아이고,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를 되뇌며 경건한 마음으로 선조들의 믿음을 새겼다.
이준성 주임신부는 "정 수녀님의 순교영성이 담긴 귀한 작품을 서소문순교성지가 내려다보이는 이곳 성당에서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고 감사드린다"며 "이번 전시가 신앙선조들이 온갖 고통 속에서도 기쁜 마음으로 지킨 신앙을 본받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매일(매주 월요일과 명절 제외) 오전 9시~오후 6시 기념관을 방문하면 관람할 수 있다. 문의 : 02-312-5220, 서소문순교자기념관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