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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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고요해져라!

한민희(바오로, 수원교구 화서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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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해져라!

한 처음에 빛과 어두움의 고요하고 적막한 심연 사이로

그분의 영과 함께

생명의 근원인 물이 창조되었네.

너무도 산만하고 혼돈된 삶 안에서

내 안에 어지러운 물결들의 모습을

눈을 감고 침묵하며 바라봅니다.



거친 풍랑과 비바람에 두려워하며

그분께 나아가지 못하고 자주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의 모습을 보며

들려주시는 그분의 말씀을 들어봅니다.



고요해져라!

잔잔한 바람과 숨소리처럼 들려오는

그분의 모습과 음성을 잘 보고 들을 수 있도록

깊은 침묵과 고요함으로 귀 기울여봅니다.



우리를 위해 상상하기 어려운

온갖 세상의 시끄럽고 더러운 모욕과 핍박과 고통을

처절한 무언의 피땀으로 견디시며

끝내 숨을 거두시고 비로소 주위가 온전히 고요해지고

그분의 뜻을 이루시는 값진 부활이 이루어졌음을 바라봅니다.



우리의 많은 헛된 생각과 말로 인해

그분과의 사이를 가로막는 거친 풍랑과 비바람 같은

불평과 판단과 미움들의 짙은 어둠과 죄로 가득한

내 안의 흔들리는 물결들을 바라보시며

큰소리로 외치시는 그분의 음성을 들어봅니다.

고요해져라!



참 평화를 주시는 성령님의 이끄심에 온전히 내어 맡기며

그분의 뜻과 말씀을 잘 들을 수 있도록

겸손하고 가난한 마음으로 조용히 되뇌어봅니다.

고요해져라!







한민희(바오로) / 수원교구 화서동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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