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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93) 전 세계 수많은 협동조합

자신들의 이익, 지역 사회로의 ‘환원’/ 2012년 통계, 10억 명 이상이 협동조합 가입/ 세계 400대 ‘협동조합’ 매출액 2조 달러 달성/ ‘인적 결사체·기업’ 두가지 특성, 선순환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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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월드워치(World Watch) 통계에 따르면 지구촌 10억 명 이상이 협동조합에 가입해 있다고 합니다. 협동조합이 우리 생각보다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인도 농촌 지역에서도 가계 소비 수요의 67를 협동조합이 담당할 정도입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이탈리아 트렌토에 있는 유릭시(EURICSE·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에 관한 유럽연구소)에 의뢰해 매년 발간하는 <세계 협동조합 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세계 400대 협동조합의 2010년 매출액이 2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랫동안 협동조합을 연구해온 학자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협동조합은 인적 결사체와 기업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집니다. 따라서 협동조합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려면 인적 결사체라는 협동조합의 특성이 기업적인 측면에서 좋은 성과와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다시 인적 결사체를 강화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여러 협동조합들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그로(MIGROS)를 비롯한 스위스의 협동조합들은 자신들이 거둔 이익(profit)을 ‘환원(turn over)’이라 부를 정도로 지역 사회나 공동체로의 환원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환원 방식도 전적으로 조합원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협동조합에 필수인 교육을 필두로, 예술,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환원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일종의 학원(club school)을 운영해 일반 학원보다 1/3~1/4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외국어, 운동, 직업교육 등을 실시하는가 하면 공원을 조성해 보다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이제는 국민이 주인인 ‘국민기업’에 가깝게 되어버린 미그로 그룹의 정식 명칭은 ‘미그로 협동조합 연맹(Migros cooperative alliance)’입니다. 미그로 그룹에는 유통업체 미그로를 비롯해 금융기관인 미그로뱅크, 철도회사 몬테 제네로소, 식품회사 델리카 등 65개 업체가 속해 있습니다.

이들 업체의 운영 및 관리는 취리히, 루체른 등 스위스 각 지역에 있는 10개의 지역협동조합에서 선출된 이사회 임원들이 맡고 있습니다. 지역협동조합은 자립 사업체로 스스로 결정 권한을 가집니다. 또 누구라도 10스위스 프랑(약 1만3000원)을 내면 지역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지역협동조합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본부는 구매와 생산을 관리하고, 지역협동조합들의 의견을 모아서 사업을 추진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미그로 그룹에 속한 업체에서는 위험한 사업이나 환경에 위해를 끼치는 분야에 투자를 할 수가 없습니다. 10개 지역협동조합들이 모인 위원회 절차를 통과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소 시간에 최대 이익을 창출하려는 주주 중심의 기업 행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이익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어가려는 것이 조합원들의 공동 목표입니다.

이렇듯 어린 시절부터 협동조합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삶을 영위해오다 보니 스위스에는 ‘미그로 키드’와 ‘코프 키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협동조합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삼성맨’이나 ‘현대맨’과 같이 개인적인 성공과 자부심에 더불어 나눔과 사랑의 향기가 더해진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질지 상상해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 온 누리에 퍼지는 산업평화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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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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