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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95) 협동조합 강국 ‘핀란드’

총 인구 보다 ‘조합원’ 수가 많은 나라/ ‘핀란드’ 총 인구 520만 명 … 조합원 수 700만 명/ 19세기 말, 러시아 치하 독립운동 과정서 태동·발전/ 상점 점유율 50%, 공공영역 사회서비스까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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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강국 핀란드가 오늘의 선진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꾸준히 사회 성장의 동력 역할을 해온 협동조합의 힘과 역할을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협동조합에 가입한 이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 여러 협동조합에 가입하면서 조합원이 전체 인구를 추월하고 있을 정도로, 협동조합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일례로 핀란드는 농부가 많지 않지만, 농부 1명당 평균 4.1개의 협동조합에 가입돼 있을 정도로 농업부문에서도 협동조합운동이 활발합니다. 이 때문에 핀란드는 성인의 84가 협동조합원일 정도로 가히 ‘협동조합의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 협동조합교육네트워크(coop network studies·이하 CNS)에 따르면 핀란드 인구는 520여 만 명인데 비해 협동조합 조합원수는 7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협동조합은 핀란드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핀란드 내 협동조합 형태의 상점 점유율은 50, 금융은 1/3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경제와 사회, 공공복지 등 많은 분야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니,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핀란드 사람들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협동조합은 19세기 말 러시아로부터 독립운동이 한창일 때 태동한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유와 자주를 향한 모색 속에서 협동조합의 씨앗이 뿌려졌다는 사실은, 경제가 유용한 삶의 도구가 아니라 벗어던지고 싶은 굴레가 되고 있는 암울한 현실에 처해있는 우리에게 많은 반성과 성찰에 잠기게 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협동조합의 정신은 핀란드의 정치 사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쳐 1906년 남녀 모두에게 보통 평등 선거권이 부여됨으로써 핀란드는 북유럽에서 최초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누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시절 헬싱키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협동조합 연구자인 하네스 게파드(1864~1933)는 협동조합 정신이 핀란드가 난국을 헤쳐 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1899년 핀란드협동조합연합회인 펠레르보(Pellervo)를 설립해 핀란드에 협동조합을 전파하는 일에 나섰습니다. 펠레르보는 협동조합을 직접 지원하기보다 정부정책과 법 제정이 협동조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실로 펠레르보가 만들어지고 3년 후인 1902년 중앙협동조합은행이 결성된 것을 필두로, 1904년 소매업협동조합중앙회가 설립되는 등 같은 업종끼리 모여 연합체를 꾸리며 빠르게 성장합니다.

이렇듯 독립운동이라는 역사적 과정 속에서 발전해온 핀란드의 협동조합은 영리를 추구하는 사적 부문뿐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 있는 사회서비스까지 담당하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가 본받아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은 물론 건실한 미래 전망과 함께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핀란드 정부도 역사를 통해 협동조합이 사회서비스를 담당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비록 역사적 배경은 다르지만, 협동조합의 바탕에 깔린 나눔과 연대의 정신이 세상 곳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며 사랑의 결실을 맺어나갈 때 우리 모두 하느님 나라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음을 핀란드를 통해 보게 됩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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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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