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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20) ‘마태오 효과’로 인한 양극화 현상 고착

대기업 자본력 바탕으로 각종 사업 진출/ 중소기업·영세업자 도산 위기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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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경제력의 급격한 부상과 함께 경제학자들의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웃 나라인 중국 사회를 설명하는 말 가운데 낯설지 않게 등장하는 용어로 ‘마태오 효과(Matthew effect)’라는 게 있습니다.

40년 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저명한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빈익빈 부익부’현상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한 이 말은 마태오복음에 나오는 “사실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마태 12,13)는 구절에서 비롯된 용어입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읽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충분히 읽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이해 기술을 배우는 데 또래들보다 더 늦고, 따로 배워 익히지 않으면 계속 뒤처지게 되는 현상을 일컫기도 하는 이 용어는 경제학뿐만 아니라, 사회학이나 공학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며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경제 영역에서‘마태오 효과’는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욱 부유해지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사회에서 상상도 못할 빈익빈 부익부의‘마태오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누적 우위’ 이론이라고도 일컫는 ‘마태오 효과’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전 지구적으로 겪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핵심용어입니다. 성경에도 등장할 정도로 분명 오랜 내력을 지니고 있는 이 현상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과학·교육·문화·기술 등 거의 모든 사회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을 창안해 해당 분야에서 이익을 선점하게 되면 선발 주자로서의 기득권과 우위를 누릴 뿐만 아니라, 그 우위의 누적과 실적을 가속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아이폰을 개발한 애플사의 경우가 단적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기업 ‘브랜드 파이낸스’가 전 세계 브랜드 가치를 조사해 발표한 상위 500개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 따르면, 아이폰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애플사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이어 올해 단숨에 8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애플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시장장악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며 타 경쟁사들에 대한 우위를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애플사의 시장장악력의 바탕에는 수많은 협력업체들과의 발전적인 파트너십 관계, 즉 ‘동반성장’이 자리 잡고 있어 지속가능한 발전의 한 사례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애플사와 같은 경우는 손으로 꼽을 만한 특별한 사례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신이 선점한 시장에서 독과점적 이익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우위에 선 자신의 위치를 지속시키기 위해 전력을 쏟기 때문에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고착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자신이 보유한 엄청난 자금의 운용과 회전, 유통망이나 판매력 등을 앞세워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사업에까지 진출하면서 작은 자본으로 경쟁하던 기업들을 고사시켜, 결국에는 시장에서 퇴출시켜버리는 공정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최근에 발생한 비근한 예로 한 대기업이 자신이 지닌 자본력과 유통망을 배경으로 통닭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 유통시키면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던 영세 치킨집들이 줄줄이 도산하거나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그러합니다. 이는 상도덕을 거스르는 범죄행위인 것입니다. 이처럼 ‘마태오 효과’는 시장에서 뿐 아니라 우리 삶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급격한 기술혁명과 세계화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문제들로 인하여 그리스도교적 가치와 윤리를 바르게 정립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정확하고 분명하게 분석하고 바라보며, 온당한 식별력과 지혜로 경제생활을 배우고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더욱 절실하게 요청됩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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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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