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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 추기경이 남긴 사랑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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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자 했던 착한 목자 정진석 추기경이 아흔 생을 마감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고인은 서울대 공학도 출신으로 발명가를 꿈꿨지만 6ㆍ25전쟁 당시 피란길에서 얼어붙은 여주 강을 건너며 앞뒤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 사제의 길을 결심했다. 그때부터 그에게 삶은 ‘덤으로 주어진 선물’이었다.

1961년 3월 사제품을 받은 고인은 60년을 사제로서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한 길을 걸었다. 한국 교회의 두 번째 추기경으로 무거운 십자가를 지면서도 그에게 맡겨진 양들을 사랑하며 꾸준히 기도했다. 참된 신앙인이자 겸손한 목자인 그는 교회법 학자로서 신자들을 위한 저술 활동도 멈추지 않았다.

1일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장례 미사에서 정 추기경은 추모 영상을 통해 생전 육성으로 사제들에게 “너를 향해서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을 위해서만 사는 사람”이라며 “너는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역설을 삶으로 보여줬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각막을 기증하고, 통장에 남은 돈은 명동밥집과 장학회 등에 남김없이 기부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바지 한 벌을 18년 동안 입을 정도로 청빈했던 추기경의 삶을 회고했다.

그는 장례 미사 후 많은 이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으며, 10살 때부터 복사를 섰던 명동대성당을 빠져나갔다. 자기 자신을 드높이는 일이 생존이 된 시대에 정 추기경의 선종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추기경의 육신은 땅에 묻혔지만, 그가 삶으로 남긴 사랑의 발자취는 선명히 남았다. 고인이 남긴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는 일은 그리스도인들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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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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