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뇌출혈로 선종한 김봉기 신부가 안구를 비롯해 뼈와 힘줄 등 인체조직 일체를 기증한 사실이 확인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 신부가 기증한 인체조직으로 100여 명에게 새 삶을 줄 수 있다.
이미 각막은 11일과 14일 두 사람에게 이식됐다. 안구에서 적출한 공막과 각막윤부도 안질환 환자들에게 사용될 예정이다. 뼈·근막ㆍ힘줄ㆍ연골은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체조직이 결손, 손상된 환자의 신체적 장애를 회복하거나 더 심한 손상을 막고, 화상ㆍ골절ㆍ뼈암ㆍ혈관 등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수술에 사용된다. 선종 후 곧바로 장기기증이 가능했던 건 김 신부가 평소 교구에 제출한 유언장에 자신이 죽으면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서약하고, 가족에게도 수시로 자신의 뜻을 알리는 등 사후 장기기증에 대한 뜻을 미리 밝혔기 때문이다.
안구와 인체조직을 한꺼번에 기증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이와 관련, 성빈센트병원은 1년에 1~2건에 불과하거나 기증이 전혀 없는 해도 있다고 설명했다. 생전 김 신부는 한국미바회 수원지부 영성지도 신부를 맡아 해외선교지에 차량을 전달했고, 2016년 택지 개발로 철거 위기에 놓였던 하남 구산성당을 약 200m 떨어진 구산성지 옆으로 이전하는 등 나눔과 교회 내 신앙 선조들의 신앙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는 평소 가곡 ‘명태’를 좋아했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라는 가사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주님 품에 안겼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안구 기증이 우리 사회에 장기기증 확산을 불러왔듯이 김 신부의 선한 향기가 세상에 널리 퍼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