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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평화칼럼] 과학과 신앙

이상근 마태오(미국 테네시 오크릿지 국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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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 첫날까지 이어진 연휴 기간에, 큰마음을 먹고 가족과 함께 플로리다 주로 여행을 떠났다.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특별히 방문하기로 한 목적지는 올랜도와 잭슨빌 사이에 위치한 ‘나사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였다. 사실 ‘우주 탐사’는 평소 크게 관심이 있던 분야는 아니었다. 단지 아이들이 우주선을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여행 일정에 넣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견학을 시작하니, 아이들보다 내가 더 흥분하며 감탄하고 있었다. 최첨단 컴퓨터도 없던 시절인 1969년, 인간은 달 착륙에 성공했다. 아틀란티스 우주 왕복선은 수십 차례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했고, 이제는 퇴역하여 그곳에 전시돼 있었다.

생각할수록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다. 최고의 과학자들은 지식을 합쳐 당대까지 알려진 모든 물리 법칙을 총동원해 설계하고 만든 거대한 로켓을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렸다. 대기를 돌파해 우주에 도착한 우주 왕복선은 우주 정거장에 정밀하게 도킹을 해야 했고, 주어진 임무를 마치고 나서는 다시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치의 오차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며, 모든 돌발 상황에 대비되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인류는 그것을 한 번이 아니라 수십 차례 해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할 뿐이었지, 우주를 향한 탐험 정신과 도전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그날 저녁에도 한 민간 기업에서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린다고 했다. 공상 과학 소설이나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역사 속 우주 탐사 과정과 업적을 피부로 느끼니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자긍심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하느님 창조물인 이 신비로운 우주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구나 자기가 겪는 일들을 어떤 것보다 중요하고 크게 느끼지만, 우주의 광활함 속에서 사실 우리들은 먼지보다도 작은 존재다. 우주에 도착한 우주인들도 지구를 바라보며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느꼈을 것이다. 푸르고 아름다운 행성 안에서 먼지보다도 작은 인간들이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해보면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습니다.”(콜로 1,16) 견학 중 우주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무한하고 영원하신 하느님 존재와 창조의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세상 모든 지식과 과학을 총동원해도 영원히 닿지 못하는 신비 앞에 끝없이 작아졌다. 그런데 이 우주를 창조하신 창조주께서 먼지보다 작은 우리를 “사랑하시어 자녀로 삼으셨다.”(1요한 3,1 참조) 이 믿음 안에서 우리는 먼지이거나 더 이상 보잘것없는 존재가 아니다. 참으로 놀랍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중요한 존재가 된다.

신이 아니라 과학을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과학은 신앙의 반대가 아니다. 과학을 통해 세상의 질서와 법칙을 발견할 수 있고, ­우주와 우리 존재가 그저 우연의 결과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또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신비를 보며,­ 인간 이성을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가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이번 여행도 그런 계기 중 하나였다. 과학 견학을 하러 갔다가 신앙 체험을 하게 된 이번 가족 여행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장대한 우주를 보며 하느님의 존재하심을 느끼고, 먼지처럼 작은 존재인 우리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큰 사랑을 묵상함으로써 그분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귀중한 은총의 체험이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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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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