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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그림자 노동’을 하는 여성들

이지혜 보나(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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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이 책은 스웨덴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다. 1960년대 이혼 후 다섯 아이를 홀로 키운 여성 노동자가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일상을 적어내려 갔다. 책 제목은 수없이 펼쳐진 바닥과 또 그것을 닦아내야 하는 노동을 충분히 상상하게 했다. 바닥을 닦는 일이 더 낮아지기 위한 노동으로 여겨져 마음이 더 아려왔다.

서울 명동대성당 들머리를 거닐며, 주변을 둘러봤다. 많은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또 수없이 많은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발을 디뎠을 바닥. 이 바닥을 걸어 다닌 이들 중에 가장 작은 이는 누구일까.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성당과 병원에서 ‘그림자 노동’을 하는 여성 신자들을 만났다.(무언가를 기념한다는 말은 씁쓸하다. 기념하지 않는 날에는 잊힐 것이므로.) 16년 동안 대학병원의 응급실에서 청소일을 해온 김순득(마리안나)씨와 사제의 밥상을 차려내는 식복사 심금수(가타리나)씨, 명동대성당 제의실에서 100여 벌의 제의를 세탁하고 다려내는 강신희(가타리나)씨.

건너건너 물어서 만난, 세 여성 신자들은 노동하는 자신의 모습을 용기 내 드러내 주었다. 응급환자들 곁에서 묵묵히 기도하며 청소일을 해온 김순득씨는 인터뷰 요청에 “심장이 폭포수처럼 뛰어 밤을 새웠다”고 털어놨다. 명동대성당 생활관에서는 세 대의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었고, 허리를 구부린 채 사제 옷을 바느질하는 또 다른 여성 신자도 만날 수 있었다. 식복사 심금수씨는 기도하며 밥을 짓는 부엌에 초대해주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림자 노동을 하는 여성들은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제의를 빨며, 설거지하며 끊임없이 하느님과 대화했다. 일터에서 삶의 의미를 묻고,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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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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