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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카인과 라멕 /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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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카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저주를 받지만, 창조주께서는 카인에게 보호의 표를 찍어 주시어 그의 생명을 살려 주셨다”고 창세기 내용을 빌려 말했다. 카인 이야기에 이어 나오는 라멕은 “나는 내 상처 하나에 사람 하나를 죽인다”(창세 4,32)고 말한다.

동생을 죽임으로써 인간적으로는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른 카인이지만 하느님께서는 보호의 표시를 주셨다. 반면 라멕은 자신을 건드리면 살인을 저지르겠다고 스스로 선언한다.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주최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전준희 신부는 “오늘날 카인은 누구이고 라멕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살인과 같은 흉악한 일까지는 아니지만, 사소한 일들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려는 본능을 보면 우리네 삶은 라멕의 모습과 더 닮아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어려운 순간에는 늘 희생과 나눔을 실천하는 작은 영웅들이 있었고, 교회 역시 이들의 삶을 본받고 따르기를 촉구한다.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주제도 ‘평화의 길인 돌봄의 문화’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은 말 그대로 본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인자 카인까지 보호하셨던 하느님의 돌봄을 기억한다면, 자기보호 본능이 최우선이었던 라멕과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내적 수련과 서로에 대한 헌신적인 관계성에서 종교인의 진정성이 드러난다고 말한 「신을 위한 변론」의 저자 카렌 암스트롱의 조언처럼, 하느님의 보호와 돌봄을 생각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손을 내밀 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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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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