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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클럽하우스에서 생긴 일(최영일, 빈첸시오,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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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초대를 받았다. ‘불금’을 즐기며 음악에 몸을 맡기며 노는 그런 클럽은 아니다. 술도 음식도 테이블도 조명도 없다. 그냥 스마트폰을 통해서 ‘접속’한다.

아, 그런 거. 이미 흔히 있지 않았나? 이미 활성화된 인터넷 커뮤니티, 온라인 동호회, 여러 가지 메신저, 단톡방, 또 몇 가지 SNS 류 등등.

그런데도 클럽하우스가 세간의 화제다. 최근 미국 주가를 출렁이게 만드는 혁신가 CEO 일론 머스크가 클럽하우스에서 비트코인에 관해서 토론을 벌인 후 비트코인의 주가가 치솟았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사는 비트코인을 사들이며 결제수단으로 통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이사장도 클럽하우스에 불쑥 나타나 수천 명의 일반 사용자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매일 클럽하우스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쏟아진다.

이런 풍문에 혼자 생각했다. 온라인 게시판, 또는 단체 메신저, 혹은 SNS가 하나 늘었군. 마케팅 차원에서 띄워주느라 소위 셀럽들이 출몰해 관심을 끌려는 거겠지. 그러다가 클럽하우스에 초대를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경험을 하나 더 하게 되었다.

클럽하우스가 갑자기 사회적 관심을 뜨겁게 받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초대’를 통해서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매우 동화적이다. 부모를 잃고 친척 집에 얹혀살며 구박받던 해리 포터에게 부엉이가 날아와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입학통지서를 전해주듯이 어쩌면 찌들어 있는 일상을 탈출할 비밀의 문을 알려주는 암시 같지 않은가 말이다.

두 번째 특징, 앱을 하나 깔고 초대를 통해 들어가려고 하면 아뿔싸 아이폰 사용자만 들어갈 수 있단다. 요즘 어떤 온라인 서비스가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을 가린단 말인가? 매우 영세한 기업이 아니라면 뭔가 전략을 숨기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 번째로 클럽하우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음성 기반 채팅 서비스라는 점이다. 자신의 계정을 만들고 클럽하우스에 입장하면 사용자들이 삼삼오오, 또는 몇백, 많게는 몇천 명이 모여 목적 지향적 주제를 가지고, 또는 아무 목적 없이 사는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 모든 소통은 자신의 목소리로 이루어진다. 마치 많은 사람이 동시 통화를 하고 있는 느낌의 보이스 채팅은 디지털 비대면 서비스임에도 묘하게 아날로그의 감성을 자극하며 사람의 향기를 전하는 매력이 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입장할 수 없는, 이상한 접근성의 제한 때문에 미국에서 서비스가 시작된 지는 일 년쯤 되었지만, 폭발적 인기몰이를 시작한 지 불과 한두 달밖에 안 된 신종 가상공간, 클럽하우스를 묘사해보았다. 모든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클럽하우스도 줄임말인 ‘클하’라 불리며 온종일 식음과 수면을 제대로 못 하며 이 공간에 빠져 있는 ‘클하폐인’을 만드는 중이다. 얼굴도 모르고, 오직 목소리로만 처음 만난 사람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광경은 영화 ‘어바웃 타임’ 속 젊은이들이 조명을 다 꺼버리고 깜깜한 식당 안에서 블라인드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이쯤 되면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이미 비대면 소통의 도구는 우리에게 많은데 왜 새로운 SNS가 또 필요하고, 또 유행한다는 말인가? 클럽하우스에서 느끼게 된 답은 실존적이다. 그것은 여전히 우리 현대인이 지독히 외롭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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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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