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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고 김봉기 신부, 각막·인체 조직 등 기증 100여 명에게 새 삶… 생전에도 나눔에 앞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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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율전동본당 주임 시절 한 할머니 신자를 포옹하는 김봉기 신부.



10일 저녁 7시 40분 무렵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의료진과 한국공공조직은행 채취팀의 발길이 바빠졌다. 한국공공조직은행은 인체조직의 채취, 가공 및 분배 등을 맡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그날 낮 12시 35분 사망 판정을 받은 수원교구 김봉기 신부의 장기를 빨리 채취해야 했다. 김 신부가 기증하기로 한 장기는 안구와 뼈를 비롯한 신체조직이다. 당초 피부도 기증 대상이었지만 중환자실 입원 도중 바닥에 깔았던 에어메트 자국이 남아 있어 쓸 수 없었다. 채취팀이 장기 등의 적출을 시작한 건 저녁 8시 40분, 적출을 마친 시각은 11시 20분으로 장장 2시간 50분이 소요됐다.



각막과 인체 조직 기증

김봉기 신부가 기증한 각막은 11일과 14일 두 사람에게 이식됐다. 안구 및 뼈 등 인체조직으로도 100여 명에게 새 삶을 줄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안과 이현수 교수는 “안구를 적출하면 각막과 공막, 각막윤부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며 “공막은 녹내장환자나 공막이 천공된 환자에게 주로 쓰고, 각막윤부는 면역질환으로 윤부 줄기세포가 결핍된 분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공공조직은행이 채취해서 가져간 뼈와 근막, 힘줄, 연골도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체조직이 결손, 손상된 환자의 신체적 장애를 회복하거나 더 심한 손상을 막게 된다. 또 화상, 골절, 뼈암, 혈관 및 시각 질환 등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수술에도 사용된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 박상애 수녀는 김봉기 신부의 장기이식 결정과 채취까지 전 과정을 지켜봤다. 박 수녀는 “김봉기 신부처럼 안구와 인체조직을 한꺼번에 기증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며 “성빈센트병원의 경우 1년에 1~2건에 불과하고 전혀 없는 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공공조직은행에서 채취하러 오신 분이 ‘이렇게 편안하고 온화한 모습의 시신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신부가 뇌출혈로 선종 후 곧바로 안구 적출과 인체조직 채취가 이뤄질 수 있었던 건 사후 장기기증에 대한 뜻을 미리 밝혔기 때문이다. 김 신부는 교구청에 제출하는 유언장에 자신이 죽으면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썼다. 여동생에게 수시로 자기 뜻을 알렸다. 가족들은 김 신부가 숨지자 그의 뜻대로 기증 동의서에 서명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도 유언장 확인과 김 신부 가족의 의견을 듣고 동의했다.


▲ 수원교구 안성추모공원 성직자 묘역에 묻힌 김봉기 신부. 수원교구 제공




미바회 수원지부 지도 신부로

생전에도 김 신부는 나눔에 익숙했다. 한국미바회 수원지부 영성지도 신부를 맡은 김 신부는 2010년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미얀마 양곤 본원에 1톤 트럭을 전달했고, 2011년에는 살레시오회가 사목하는 몽골 셀렝게도 및 다르함시에 20인용 미니버스를 전달했다. 미바회는 무사고 운전과 탑승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1㎞에 1원을 봉헌해 해외선교사를 돕고 있다. 김 신부는 성당 건축물 보전과 교회 내 신앙 선조들의 신앙을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 2016년 택지 개발에 밀려 철거 위기에 놓였던 하남 구산성당을 약 200m 떨어진 구산성지 옆으로 이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옛 구산성당은 현재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이 유력하다. 2008년 사도 바오로의 해 기념 ‘바오로 사도 일대기’, 2013년 남양 성지 순교자 박 마리아 김 필립보 부부 순교극, 2014년 124위 시복 기념 마당극 ‘마재의 성가정 복자 정약용’ 등 마당극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는 등 문화를 통한 순교자 현양과 순교 신심 고양에도 앞장섰다.

신학교 수품 동기인 심재형(교구 성직자국장) 신부와 박현민(성 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신부는 “김봉기 신부님은 굉장히 순수하고 다른 사람에게 잘하고 늘 노력했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 신부는 그렇게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가곡 ‘명태’의 가사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주님 품에 안겼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1963년 경기도 이천군 부발면에서 출생한 김봉기 신부는 서울시립대를 졸업하고 뒤늦게 신학교에 입학했다. 1997년 1월 31일 사제품을 받은 후 신장·하안·분당성마태오본당에서 보좌 신부로, 2000년 이후부터는 공도·조암·송현·율전동·구산본당에서 주임 신부로 사목했다. 2019년 스승 예수 피정의 집과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여주 분원 성사담당을 거쳤다. 선종 직전에는 사회복음화국 병원사목위원회에서 사목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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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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