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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손해 보며 살기 / 성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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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에나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자연스레 도태되면 좋으련만 ‘공정한’ 하느님 나라의 섭리로 그들은 잘 살아남는다. 아니 어떤 조직에서는 열정적이고 정의로운 사람보다 더 잘 살아남는다. 본인만 괜찮으면 되니 큰 불편을 못 느낄 테니까.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열정적이고 정의로운 사람들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다. 아무리 적극적인 사람이라도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면, 계산을 하게 된다. 그리고 본전을 생각하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는 성장하지 않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된다.

하지만 다행히 이런 계산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것에도 하느님의 섭리가 작용한다. 우리 주변에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살짝 떠올려 보면 된다. 주로 드러내기 좋아하지 않아 TV나 언론을 통해 쉽게 만나보기는 힘들지만, 이런 사람들을 만나보면 본전을 계산하게 되는 얄팍한 수를 버릴 수 있다.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한 허계순 할머니는 인터뷰가 끝나자 자꾸 과자 쟁반을 털어서 내밀었다. 월세방의 차가운 방바닥에 살면서도 “약해 보이는데~ 힘내서 일하라”며 홍삼 스틱 하나에 냉동실을 열어 직접 담근 감주 두 병까지 비닐봉지에 담아줬다. 그걸 안고 차에 타는 순간 마음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손해 보며 사는 사람들, 이들은 매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이들에게 가장 큰 자극이 된다. 최근 코로나19 속에서도 서울 명동밥집을 비롯해 백신 나눔 운동 등 교회 안팎에서 훈훈한 나눔 소식들이 많이 전해졌다. 이번 여름에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돼보면 어떨까.


성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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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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