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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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편지] 평안하냐? / 변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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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평화롭게 산다는 것과 다름 아니리라. 세상만물이 제모습 그대로 제자리를 지키며 올곧게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내가 나로서 당당히 존재할 수 있다면 행복과 평화를 얻을 수 있으리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능력과 관계라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한다. 능력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력을 비롯해서 사회적 위치 등을 말함이요, 관계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비롯해서 자연과의 관계 등을 말함이다. 여기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능력보다 관계이다.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모든 문제에는 이 관계 설정의 잘못이 있다. 우리는 한생을 사는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갖는다. 그 수많은 만남 중엔 기쁨과 행복을 주는 만남도 있고 슬픔과 고통을 주는 만남도 있다. 여기에서 얻어지는 기쁨이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잊히지만 슬픔과 고통으로 인한 상처는 가슴속에 똬리 틀고 들어앉는다.

보편적으로 우리는 타인에겐 엄격하나 자신에게는 관대하다.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자신을 괴롭히는 원인임에도 미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곧잘 빠진다. 자신에게는 엄격하되 타인에게는 관대해야 그리되지 않을진대. 하여 타인으로부터 시작된 가슴에 쌓인 이 상처들은 결국은 자신의 영육을 두고두고 괴롭히는 결과를 낳는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슴에 가득 차게 되면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과 마음이 괴롭다.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되고, 불면에 시달린다. 이는 세속적인 것에서 답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며, 상처로 인한 고통을 아파할 뿐 치유의 방법을 찾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용서해야 하고, 용서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해야 한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인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것이며, 나아가 자신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것이다.

용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어긋난 관계를 회복할 때 평화는 다시 나에게 찾아든다. 평화는 부활하신 예수성심의 은총의 선물이자 그리스도인인 내가 살아가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아침기도를 드린 후 화단을 한 바퀴 돌아보곤 한다. 삭막하기만 하던 공터를 푸름으로 채워준, 계절에 맞춰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는 초목들과 얼굴을 마주하기 위함이다.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찌 이리 각기 다른 생김새와 색깔과 향기의 꽃들을 절기에 맞춰 피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신기하고, 오묘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감격에 젖는 사이 물 흐르듯 하느님 앞으로 나아간다. 위대하신 그 능력에 그저 가슴이 숙연해지고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입에서는 저절로 감사와 찬미의 기도가 흘러나온다. 시름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평화의 시간이 주어진다, 돌을 던지면 물방울이 치솟고 물결이 널리 퍼져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잔잔하게 흐르는 그 강물 같은.

창조주의 섭리 안에 머무르는 초목들과의 아침시간은 나에게 있어 평화를 얻는 하나의 거울이다. 자세를 고쳐 앉아 성경을 봉독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회개 속에서 평화를 구하는 묵상기도는 당연히 기본이다. 더불어 피조물을 통해 창조주의 섭리 속으로 진입하여 그 경이로움과 신비로움, 그리고 위대함을 체감하고 짧게나마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평화를 누리는 이 시간은, 오늘 하루를 사람은 물론이요 창조주께서 사랑하시는 모든 피조물과 함께 고요한 강물로 만나고자 함이다. “평안하냐?”고 물으시는 주님께 작은 목소리로라도 응답할 수 있길 소망함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변재섭(안토니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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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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