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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기후위기 시대에 읽는 「찬미받으소서」 /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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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마스크를 벗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던 기대는 맥없이 무너지고, 4차 대유행 확산으로 인해 다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계속 변이되며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무섭지만, 이번 여름은 연일 기온이 40도 가까이 치솟는 불볕더위 때문에 더 숨이 턱턱 막힙니다. 코로나 관련 알림 문자에 더해 폭염 재난 경보 문자까지 매일 울려대니, 재난 상황이 일상이 된 것처럼 점점 무뎌집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가 된 것처럼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맑던 하늘에 갑자기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이상기후 현상이 부쩍 늘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환경재난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북미 쪽에서는 기온이 50도 안팎으로 오르내리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산불과 가뭄이 이어지고, 서유럽에서는 이례적인 집중호우로 대홍수가 일어났으며, 얼어붙은 땅 시베리아에서도 대형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등 지구촌 곳곳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이상기후가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면서 지구 온난화가 심화해 일어나는 현상, 곧 지구가 보내는 경고라고 말합니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2도 올라가면 걷잡을 수 없이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전환점, 이른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균형을 이루던 것들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변동하는 지점)에 도달해 결국 인류는 종말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현재 추세라면 2050년이나 그보다 더 빨리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는 시점이 올 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정말 인류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바이러스도 이상기후도 모두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파괴한 결과라며,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우리 삶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이 소유하는 것이 미덕이고 더 높이 올라가야 성공하는 삶이라며, 우리의 욕망을 한없이 부추기는 세상 질서는 너무도 공고해 보입니다. 이 강력한 자본의 위세[物神]에 맞서서 인간의 탐욕스러운 삶을 성찰하고 절제하도록 이끌고, 다른 대안적 가치를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종교밖에 없다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읍니다. 예수님께서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라고 선포하셨던 것처럼, 오늘의 그리스도인들도 생태적 회심과 생명의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는 요청입니다.

2015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해 우리 인류가 공동의 집인 지구를 잘 돌보도록 생태적 회심과 구체적 변화를 실천하자고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전망에 따라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준비하거나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지난 5월 24일 개막 미사를 통해 이 7년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도 호응하듯, 얼마 전 KBS ‘환경스페셜’ 방송에서 기후변화 특집으로 100인이 함께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읽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찬미받으소서」 160항)라고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는 질문을 거듭 던지는 방송을 보면서, 문득 이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나누어야 할 ‘생명의 빵’은 생태적 복음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방송 후 한 인터넷 서점에선 「찬미받으소서」 회칙이 종교부문 책 주간판매 1위에 올랐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을 가장 많이 구매한 계층의 1~3위가 40대 여성, 50대 여성, 30대 여성 순으로 모두 여성이고, 특히 40대 여성은 전체 구매자의 30나 될 정도로 압도적 1위였습니다. 가톨릭기후행동의 여러 활동에서 제일 맨 앞에 계시던 수녀님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자녀들에게 이렇게 망가진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는 엄마들의 비장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40대 여성인 저 역시 이번 여름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다시 읽으며, 지구의 부르짖음에 응답하고 환경재앙으로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데 앞장서는 일꾼이 되라는 부르심을 되새겨봅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영(우리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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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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