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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 권력 구조 파악해 속지 않을 것”

한일탈핵평화순례단 ‘공동선언문’ 발표양국 교회와 탈핵 국제적 연대 강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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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한일탈핵평화순례단 공동대표인 박현동 아빠스와 에드가 가쿠탄 주교가 10월 18일 오전 센다이교구 주교좌 모토데라코지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악수를 하며 환히 웃고 있다. 가쿠탄 주교는 후쿠시마를 관할하는 센다이 교구장이다


“핵 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거대 산업입니다. 일본 탈핵 활동가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어려운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그분들의 꺾이지 않는 신념과 깊은 성찰에 놀랐고, 탈핵이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는 걸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일본 핵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연대의 힘이 필요합니다.”(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인간은 핵과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재차 확인했습니다. 핵발전소는 마을과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습니다. 더한 아픔이 없도록 양국 교회가 동행해야 합니다.”(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 담당 에드가 가쿠탄 주교)

일본 최대 핵발전소 밀집지 후쿠이현과 최악의 핵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 등을 찾은 제9회 한일탈핵평화순례단. 지난 10월 13~20일 일본을 방문한 이들의 순례는 단순히 현장 방문을 넘어, 수십 년간 ‘핵 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한 의로운 이들을 경청한 시간이었다. 공동대표 박현동 아빠스와 가쿠탄 주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감을 전하며 양국 교회와 국제적 연대 강화를 다짐했다.

한일 양국 교회는 순례를 계기로 이와 관련한 ‘공동선언문’을 발표, “핵발전의 권력 구조를 파악해 거짓말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부당한 차별대우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종교인과 시민사회가 연대해 핵발전 권력 구조로 분열된 사회를 대화의 힘으로 다시 연결할 것”이라며 “교회 안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미래 세대에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책임을 자각하도록 일깨우겠다”고 약속했다.

박 아빠스는 인터뷰에서 “과거에 지어진 핵발전소로 현재 지역 주민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핵에너지 이용 문제는 당대 사람들만의 시각이 아닌, 미래 세대에 대한 정의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생활 방식과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핵발전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도 한국과 일본이 함께 직면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문제도 해결은커녕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는 원자력 진흥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이번 순례에 참여한 한국의 여러 교구 사제·수도자·평신도들과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생명의 길로 가도록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최근 발표한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28항에서 기술적 진보를 이룬 우리는 자신이 다른 많은 생명과 자신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존재로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핵기술이란 기술적 진보 이면에 잠재된 위험성, 생명을 파괴하고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경험했죠. 한국과 일본, 중국의 핵발전소 하나만 잘못돼도 인근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믿음의 지평 위에서, 생각과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며 ‘공동의 집’ 지구의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한편, 가쿠탄 주교는 “우리가 사는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기본 교리”라며 “인간과 모든 피조물을 위해 핵발전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동의 이해를 도모하며, 한일탈핵평화순례와 같은 운동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것”이라며 “운동을 잘 이어가려면 근거가 될 연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쿠탄 주교는 또 “교회 안에서 탈핵 활동이 사막의 외침처럼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한 명이라도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핵문제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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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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