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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행당동 고물 할머니, 사제 양성에 1억 기부

고복자씨, 춘천교구에 전달 “교회 미래인 신학생 위해 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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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복자(맨 오른쪽) 할머니가 12월 19일 춘천교구청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서 김주영(맨 왼쪽) 주교와 인사하고 있다.

아흔의 할머니가 “사제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 1억 원을 춘천교구에 기부했다. 평생 삶을 나눔 자체로 살아온 고복자(마리아, 춘천교구 솔모루본당, 90) 할머니다.

할머니는 둘째 아들 김춘석(마르코)씨의 손을 잡고 12월 19일 춘천교구청을 방문했다. 자식들에게도 “이번이 마지막 기부일 수 있다”고 한 할머니는 13년 동안 자식들에게서 받은 용돈과 개인연금을 아끼고 아껴 모은 성금 1억 원을 교구장 김주영 주교에게 전하며, 연신 교회 미래인 신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청했다. 할머니는 “춘천교구가 우리 교구이기도 하지만, 제 고향인 함경남도 지역 복음화의 일꾼이 될 사제들을 양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복자 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평생 나누는 삶을 살아왔다. 1986년 세례를 받으며 스스로 “여생을 봉사를 위해 살겠다”고 한 결심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자식 키우고 생계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폐지와 빈 병, 각종 고물을 주워 팔아 모은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 돈은 고스란히 성모자애원, 프란치스코의 집 등 교회에 봉헌했다. 6년간 고물 가득한 무거운 수레를 끌고 다니며 모은 3000만 원을 기부한 것이 알려지면서 ‘행당동 고물 할머니’로 불리기도 했다. 1990년대 말 고물 팔아 거금을 나눈 할머니는 이후 의정부성모병원과 경기 포천 모현의료센터에서 오랫동안 봉사했다. 그리고 2010년 모현의료센터에 1억 원에 달하는 성금을 전달했다. 할머니는 “늘 내가 가진 것이 없어서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고 했다.

할머니는 오랜 봉사와 기부의 원동력에 대해 “신앙 덕분”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주님의 자녀라면 당연히 봉사와 기부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들 김춘석씨는 “건강도 생각하지 않고 남을 돕는 모습이 안타까울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가족 모두 어머니의 봉사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부는 할머니에게 더욱 남다르다. 고향을 위한 사제 양성에 힘을 보태는 의미가 컸기 때문. 할머니는 “한국전쟁 중 홀로 피란 온 뒤 70년 동안 한 번도 고향을 잊은 적이 없다”며 “심장박동기 시술을 받고, 양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서 더 기부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까 봐 불안했지만, 하느님이 도와주셔서 기부할 수 있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주영 주교는 “할머니께서 바라신 대로 침묵의 교회를 위해 일할 사제를 잘 양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할머니는 다시 다음 기부를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제 연금과 용돈이 제 수입의 전부이지만, 열심히 모아서 물 부족으로 고생하는 아프리카에 우물을 만드는 데 돕고 싶다”면서 새 희망을 전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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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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