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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음] 한평생 ''사랑 시''를 길어올린 김남조 시인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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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사랑 시’를 길어올린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시인이 10일 노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96세.

김 시인은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나 일본 후쿠오카 규슈여고를 다닌 후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53년 첫 시집 「목숨」으로 등단해 「나무와 바람」,「겨울 바다」 등 30여 권의 시집과 산문ㆍ평론집을 펴냈다. 국어 교사로 근무하다 1955년부터 40년 가까이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가톨릭문인회ㆍ한국시인협회ㆍ한국여성문학인회에서 회장을 지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과 은관문화훈장, 만해대상을 받았다.

그는 여성 시단 최고 원로로 1000여 편의 시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 존재를 통찰하고, 보편적 사랑을 노래해 ‘사랑의 시인’으로 불렸다. 문단에서는 한국 현대문학과 사랑시학의 지평을 확장시킨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는 구절로 유명한 ‘너를 위하여’와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는 구절이 담긴 ‘편지’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가톨릭시즘 세계관을 문학적 토대로 둔 그는 마리아 막달레나에 관한 일곱 편의 연작시(막달라 마리아ㆍ1~7)를 쓸 만큼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지녔다. 창녀라는 비천한 신분으로 신에게 다가갈 수 없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고뇌와 절망은 그의 정신적인 문학 영토가 됐다. 2017년에는 성 김대건 신부의 생애를 시로 예찬한 「시로 쓴 김대건 신부」도 펴냈다.
고인은 3년 전 마지막 시집 「사람아, 사람아」 출간 당시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톨릭 신앙을 못 가졌더라면, 내 문학은 척추가 없는 동물이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김 시인은 “우리는 사랑의 공복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며 동시에 “사랑은 매우 어려운 개념이어서 나도 모른다, 모르면서도 우리는 사랑을 갈구하고 행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 중 단지 하나인 ‘자기’라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지치고, 길을 잃으면서 한평생을 산다”면서 “사랑에 서툰 인간들이 종교와 신앙, 기도에서 가르침과 방향 감각을 얻어 ‘자기’라는 사람을 가늠해 간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신앙시집 「기도」(2005) 서문에 자신은 주님의 그물에 사로잡혀 사는 ‘주님의 것’이며, 예수님이라는 호칭을 알게 된 후로 그 이름의 빛이 자신의 일상과 문학을 밝혀왔다고 썼다.
“시를 쓰는 일이란, 그 얼마나의 무력감과 갈증에 떠밀리며 수없이 부침하는 것인지요. 하여 전능자이신 어른께 능력의 부스러기를 탄원하며 그 언제나 간구를 바치게 되는 것인지요. 바로 이 점에서 시인의 모든 시는 신앙시의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기도」 서문에서)

고인의 장례 미사는 12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박범석(서울 청파동본당 주임)ㆍ조광호(인천교구 성사전담) 신부 공동 주례로 봉헌됐다. 그의 배우자는 고 김세중(프란치스코, 1928~1986) 조각가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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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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