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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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봉사자는 하늘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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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기를 하나 사야 할까? 시골 본당에 부임하기 전 고민이었다. 작은 본당에 반주자가 있을까 싶었다. 고령이지만 아직 소녀라 부르고 싶은 할머니 반주자 한 분이 그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신부님, 제가 악보도 잘 안보이고 좀 느려요”라고 말씀하시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둑한 밤이거나 이른 새벽이거나 제법 먼 거리를 걸어서 와주시니 너무나 고맙다.

다른 봉사자도 한 분 계시지만, 이 소녀같은 감성을 가지신 할머니 반주자님은 공소 미사도 함께해주신다. 이제는 힘이 들어 공소에는 함께 못한다고 하셨지만, 어렵게 꺼낸 그 말씀에 괜히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여느 시골 본당도 비슷하겠지만, 교회 봉사자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시노드. “함께 하는 여정은 알겠지만, 사람이 있어야지”라며 가끔 투덜거리기도 한다.

봉사자 구하기가 어려운 시골 본당에서 교구 규정에 따라 사목위원회나 평협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사무실 봉사자, 주방 봉사자는 생각하는 자체가 부끄럽다. 연말이 되어 단체장 면담을 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신부님 제가 벌써 몇십 년을 했습니다. 이제 몸도 불편하고 그만 두겠습니다.” 모든 분이 이 말을 해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그렇게 몇 분을 놓아드렸지만, 그래도 다시 그 자리를 채워주는 분들이 계셨다. 우리 학산본당은 열 분의 단체장들이 정말 큰 기둥으로 일당백을 하신다. 구역 모임을 해도, 성가 모임을 해도, 전례 모임을 해도 다 그분이 그분이시다.

교회 시스템이 운영되려면 작은 본당이라고 해도 큰 본당처럼 조직이 갖춰져야 한다. 꼭 필요한 단체만 고르라고 해도 말이다. 사실 거의 빼놓을 수 없다. 점점 전산화되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변화되지만 그 시스템이 거북하고 불편하다.

볕이 좋은 날, 이불과 함께 일광욕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더 작아져야 하는 거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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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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