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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고성 미리내 골프장 건설 계획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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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연 신부(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총무) ----------------------------------------------------
 우리나라는 지금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 사이에서 생기는 많은 갈등이 있다. 경제적으로 쪼들려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경제적 여유가 흘러넘치는 사람들을 위해 골프장을 짓느라고 난리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골프를 치는 것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자본주의 국가 원칙은 열심히 일한 만큼 대접받고 자신의 재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자신의 즐거움이 타인에게 고통이 된다면 그 즐거움을 자제해야 한다. 요즘 경상남도 고성에 건설하려는 골프장이나 경기도 미리내 성지 입구에 세우려는 골프장은 다수의 행복을 빼앗고 소수의 행복을 채우려는 가진 자들의 행패로 보인다.
 현재의 골프장과 앞으로 건설될 골프장 숫자를 합치면 약 260개가 되는데 이 골프장들이 한국 산야를 덮을 것이다. 평수로 따지자면 약 8000만평 규모다.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30조원을 들여서 10년 넘게 건설하고 있는 새만금사업과 맞먹는 규모다.
 새만금은 1억4000만 평의 갯벌을 없애는 작업이지만 골프장은 8000만 평의 산림을 없애는 작업이다. 이 두가지 사업은 우리나라 자연환경의 자랑인 산림과 갯벌을 파괴하는 행위다.

 만년설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산은 생명줄이다. 산에 나무가 없어진다면 샘물이 마르고 지하수가 고갈되고 강물이 마르게 될 것이다. 아울러 수자원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세계 각국이 환경 재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대부분이 산에 나무가 없는 나라라는 게 공통점이다. 인도네시아의 홍수가 그렇고 북한의 기아 역시 산림파괴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현재 경남 고성군 대가면 장박재 일원에 추진 중인 골프장과 미리내성지 입구에 추진 중인 골프장 건설 계획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경남 고성군 골프장 추진은 고성군이 홍보자료를 통해 군 세수 증대와 주민소득 창출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인근 같은 규모 골프장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또 컬-네이처 타운 (cul-nature town)이라 해서 대가면 영현면 일대를 농축산 유통 및 자연친화적 시설 중심으로 가꾸겠다고 하면서 이 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근 수도원과 친환경 유기농가는 물론 장박재를 발원지로 하는 친환경 농가 농민들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당하게 됐다.
 심각한 지하수 고갈과 수질 오염 현상이 나타날 것도 불보듯 뻔하고 이로 인해 인근 주민들은 생활 기반마저 흔들리게 된다. 골프장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식수를 지하수와 지표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요즘처럼 게릴라성 호우가 내리면 골프장의 오염된 물이 지하수와 지표수로 스며들 것은 분명하다.

 미리내성지 입구에 골프장이 건설될 경우에도 이같은 수질오염과 지하수 고갈 현상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은 녹지자연이 양호한 미리내성지 입구에 골프장 건설사업이 추진될 경우 대규모 지형 변화와 함께 지하수 및 토양 질 악화 산사태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골프장 예정지로 부적합다고 판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안성시는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안성시가 골프장 건설회사에 골프장 서류를 반려하면서 천주교 민원에 의한 지역사회 안정 저해라는 부당한 이유를 내세운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 안성 시민들도 환경오염 및 성지훼손 등을 이유로 미리내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수원교구 생명환경연합이 안성시 미산리 일대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안성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주민의 72.9가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내성지는 1년에 수십만명이 찾는 문화 명소이자 기도 장소다. 비신자들도 상당수 찾고 있는 이 지역에 하느님이 주신 소중한 자연과 지역주민을 무시하는 기업의 상업적 이익을 앞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골프장 건설 예정지 바로 인근에 장애인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서 있어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약자인 이들에게 피해가 클 것은 뻔한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골프장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는 한국 사회에 골프장이 정말 필요하다면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을 없애는 원칙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골프장을 건설하는 사업자와 주민들이 5대 5 정도로 나눌 수만 있다면 골프장으로 인한 사회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잘라내는 나무 숫자만큼 다시 키워내기만 한다면 골프장 때문에 생겨나는 환경단체들과의 마찰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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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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