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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2007 남북 정상회담과 민족화해의 과제

불신의 벽 허무는데 교회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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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변하고 있는 남북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우리 가톨릭교회에도 평화와 민족화해문제를 새롭게 고민하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지난 4일 끝난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의 주제는 평화정착, 공동번영, 화해협력이었다. 남북간의 불안과 불신을 제거해 남북관계를 평화·번영·통일의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시키겠다는 게 남측 정부의 회담 목표였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은 남측의 애초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담고 있다. 아마도 분단 이후 남북간에 합의한 문건 가운데 남북관계발전을 위한 가장 포괄적이며,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로드맵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파국을 막기 위한 미국과 한국의 노력으로 지금 한반도는 역사상 처음으로 냉전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물론 냉전을 해체하는 과정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관계 당사자간 불신의 벽을 낮추는 게 우선 과제다.

평화의 최대의 적은 불신인 셈이다. 북한은 심각한 피해망상증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체제붕괴 위협에 시달려왔고, 경제난을 겪으면서 중국과 남한에 대한 원조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이제는 남측으로부터의 흡수통일 위협, 동북공정을 밀어붙이는 중국의 공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 시도는 이런 내부적 위기감 속에서 생겨난 일종의 돌파구였다. 북한의 최수헌 외무성 부상이 지난 2일 제62차 유엔총회에서 “영토나 인구 수에서 크지 않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핵 선제공격 위협과 가혹한 경제제재 속에서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선군(先軍)정치를 해 자위적 국방을 백방으로 다져나가는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한 것도 북한이 처한 위기감과 고립감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북한이 고립될수록 우리에게도 커다란 위협요인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노대통령도 지적했지만 평화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번영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모두에게 절박한 과제인 항구적인 평화정착의 필요성을 각성시켜준 계기가 됐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통해 경제를 재건하고, 핵을 버리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남한을 비롯해 주변국이 이를 도와주려고 하는 지금, 남북한이 힘을 합치면 지긋지긋한 대립과 분열의 역사를 마감하고 한반도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 호기이다.

이제 평화와 민족화해의 실천 문제는 교회 활동의 핵심 화두가 되어야 한다. 앞서 지적했지만 북미간, 남북간 불신의 높은 벽은 한반도 평화 정착의 최대의 적이다. 여기에 덧붙여 남한 내부의 보수·진보 진영간에 만연한 불신도 평화의 증진을 가로막는 무시 못 할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런 상태를 계속 방치한다면 지금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재앙을 나중에 가래로도 막지 못할 상황에 직면할 지 모른다. 더구나 켜켜이 쌓여가고 있는 불신의 가장 큰 희생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중간에 끼어있는 북한 주민들이다.

이제 가톨릭교회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의 최대의 적인 불신의 벽을 허무는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평화와 화해 등의 명제는 교회의 특별한 사명과 무관치 않다. 분단국가에서 교회의 민족화해와 분단 극복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간, 그리고 주민간 의견 차이를 해소하는 데 중재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남북간의 민감한 의제인 인권문제, 인도적 문제 등에서 적극적인 화해 중재역할이 필요하다. 평화문제를 테마로 하여 남북간의 안보정책적인 경직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가령 종교대회 등을 열어 민족의 결속을 비정치적인 방법으로 모색할 수도 있다.

신앙에 바탕을 둔 정신적인 유대감은 불신의 벽을 허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다.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평화의 복음을 전파할 때 한반도에는 진정한 평화가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임을출 교수(베드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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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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