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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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형준(다니엘)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 '이번 대통령 선거 어떻게 치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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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통령 선거는 역대 대선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선거임에 틀림없다. 범여권은 후보단일화 실패로, 야권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기습 출마로 분열돼 `여다야다`(與多野多) 구도가 만들어졌다. 더구나 역대 대선 사상 최대의 후보 난립으로 유권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 전통적 진보 대 보수 구도가 사라지고 실용 보수(이명박) 대 정통 보수(이회창)의 대결 구도가 구축됐다. 보수세력이 분열됐는데도 오히려 보수 후보들의 지지도 합이 60대에 이르고 있다. BBK 의혹과 위장취업 등 후보의 도덕성과 관련된 사항이 계속 제기돼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도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기력보다는 때묻은 능력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무정책`과 `무관심`, `무감동`의 `3무(無) 선거` 속에서 유권자들은 이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기도 어렵고 고통스럽다. 이 점에서 역대 최악의 대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최악의 선거라고 해도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선거는 공명하게 치러져야 한다. 그 이유는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만이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난 뒤 패자가 선거 과정을 문제 삼아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당선자는 정치적 정통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정통성의 위기는 정치 불안정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 정치 체제의 위기로 연결된다.

 또 선거는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은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매개로 국민들과 소통한다. 어떻게 보면 선거는 공약을 통해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 국민들과 합의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면 결과를 존중한다. 승리한 세력은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과 가치가 통치 과정을 통해 실현되도록 노력하고, 패배한 세력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변신한다. 승자나 패자 모두 선거를 일회성 게임으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반복 게임으로 여긴다. 좋은 선거란 바로 선거라는 제도화된 과정을 거쳐 사회의 첨예한 갈등이 조정될 때 가능하다.

 선거의 본질적 기능 차원에서 평가해 본다면 이번 대선은 과연 선거다운 선거라고 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그 대답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무질서한 탈당과 창당 속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훼손되고, 정책은 실종된 채 오직 BBK만 부각된 채 한탕주의식 `한방 신화`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역주의와 색깔 논쟁이 부활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분명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배하는 `나쁜 선거`의 길을 걷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능한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심어 준다. 전자는 포지티브(positive) 선거의 핵심이고, 후자는 네거티브(negative) 선거의 요체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네거티브는 상대방을 음해하고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찍지 않으면 엄청난 고통과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네거티브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아마도 예수 그리스도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운동을 가장 적절히 구사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거운동가일지 모른다. 예수께서는 온 인류에게 하느님을 진심으로 믿으면 `영원한 생명`을 주리라는 엄청난 희망을 주셨다. 동시에 하느님을 믿지 않으면 영원히 구원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울 수 없는 두려움도 함께 주셨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우리를 협박하지 않았다. 대신 두려움을 심어줌으로써 우리 믿음을 강하게 하는 축복을 주셨다.

 이제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찍을지 기준이 명확해졌다. 절망과 분열보다는 희망과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후보, 비방과 선동보다는 칭찬과 이성에 호소하는 후보, 지역감정을 조장하기보다는 국민통합을 실천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참된 신앙인은 세속 기준을 떠나 어느 후보가 그동안 바르고 옳은 길을 걸어 왔는지, 누가 혼돈과 어둠 속에서 빛과 희망을 줄 수 있는지, 누가 축복을 동반하는 두려움을 줄 수 있는지 냉정하게 가려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고 성찰해야 한다. 역대 대선에서와 같이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이 아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형준 다니엘(명지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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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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