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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가톨릭과 무슬림간 대화의 서광, 보는 관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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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상호존중’ ‘인간존엄’ 강조
이슬람 설득 ‘지속적 대화’ 이끌어내
향후 신학적·사회적 변화에 주목

최근 언론에서는 일제히 ‘가톨릭-이슬람 11월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소식들은 모두 사실이었지만 출발점에 대한 관점은 달랐다. 이슬람 대표들은 교황의 2006년 독일 레겐스부르크 강연을 계기로 이슬람 지도자 138명이 보낸 ‘공통의 언어’라는 공개서한을 계기로 교황과 서신을 주고받았던 인물들을 포함해, 교황청과의 접촉을 이미 가졌던 인사들이었다.

참석자들은 가톨릭-이슬람 포럼을 창설했고, 11월 4~6일 로마에서 첫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해 ‘138인의 편지’에서 출발한 이슬람과 교황청 간의 문서 대화는 상당히 진전됐다. 이 편지에서 무슬림들은 성경과 마찬가지로 코란에 기록된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부각시켰고, 이를 통해 상호이해의 토대 위에서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교황 답신은 이슬람 대표에게 보낸 것이 아니라, 외교 채널을 통해 138개의 문서에 대한 개별적 응답으로 요르단의 탈알 왕자에게 직접 전달됐다. 여기서 교황은 외교적 관점에서 그들의 편지에 무게와 비중을 두었다. 그래서 상호성이 인정되면 대화의 초대에 응할 것임은 물론, 차이를 일치의 도구로 삼아 상호존중과 각 개인의 인권의 실질적 인정의 밑거름으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그리스도인, 무슬림으로서 우리 차이를 외면하거나 저하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교황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도록 초대하는 두 규범을 적은 서신 내용에 특별히 주목’했고, 그렇다면 종교간 대화는 더욱 가능해 질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즉, 바로 거기에서 교황은 종교간 대화의 모든 역동적 토대가 되는 인간존엄과 종교자유에 대한 존중과 이를 통한 절대적인 상호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리고 탈알 왕자와 공개편지에 서명한 일부 인사들을 바티칸에 초대했고, 그들로 하여금 교황청 종교간 대화 평의회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독려했다.

즉위 후 나타나기 시작한 교황의 직무 양식은 개인 인권에 대한 실질적 존중, 타 종교에 대한 객관적 인식, 종교경험의 나눔에 입각해 무슬림과의 대화의 초석을 놓음으로써 공동의 영토를 찾아 나가자는 것이었다. 교황은, 이 목표에 도달하면 정의와 평화 증진을 위한 생산적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2007년 11월 19일 요르단 왕자에게 전달한 서신에서는 이 세 가지 주제, 즉 “개인의 인권에 대한 실질적 존중”, “타 종교들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 “젊은이들 사이에서의 상호 존중과 수용의 증진에 대한 협력”이 담겨 있었고, 12월 12일자 요르단에서 온 답신에는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의 대화는 신학적, 영성적일 수밖에 없기에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하느님과 이웃사랑에 대한 두 가지 계명에 대화의 초점을 맞추자”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들이 주고받은 서신에 대해 적어도 한쪽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각 개인의 인권에 대한 실질적인 존중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보호,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간의 평등, 종교적 권위와 정치권력의 구분이 138인의 편지에는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베이루트의 기독교 아랍문서 보관소이자 연구소(CEDRAC) 소장인 사미르 칼릴 사미르는 1월 9일자 ‘아시아뉴스’에서 교황청과 접촉하는 무슬림 인사들은 인권, 상호성, 폭력과 같은 문제들을 회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가톨릭 문명’(La Civilta Cattolica)에 기고한 예수회 크리스티안 W. 트롤 신부로 이어져 중요한 무슬림 인사들의 의식을 자극했다. 그는 편지 저자들에게 “코란에 적힌 하느님에 관한 개념들은 하느님과 이웃 사랑에 대한 근본 계명을 올바로 해석하기 위한 절대적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에 결정된 포럼은 교황이 두 종교 안에 내재된 두 가지 사랑의 계명을 다원주의 사회의 근본요소로 보고, 이 점을 무슬림 지도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해 무슬림으로 하여금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해 신학적 독트린을 해석하도록 하는 변화된 자세를 이끌어냈고, 온건파인 수니파 지식인의 권위 있는 목소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이슬람과 그리스도교는 서로 만날 수 없지만, 무슬림과 그리스도인은 서로 만날 수 있다”는 원칙을 깨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신학적이고 사회적인 대화가 어떻게 진행될 지 지켜볼 일이다.

김혜경(세레나. 대구대교구 사목기획실 연구원, 선교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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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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