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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쓰촨의 젊은 아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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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중견 여류 시인 조정인(마리안나.서울 화곡2동본당.사진)씨가 최근 중국 쓰촨성 대지진 피해자들의 아픔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심정이 절절히 배어있는 자작시를 본지에 보내왔다. 1953년 서울 출생인 조정인 시인은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제2회 평사리문학상 시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쓰촨의 젊은 아씨께

그 무슨 선하고 훗훗하고 향그러운 힘이 세차게 밀어낸
희고 따뜻한 한 모금의 젖이여, 사람의 첫 양식인
신의 과즙이여

나눠도 나누어도 줄지 않는 신의 실과를 한 광주리 가슴에 품은
그대 수유기의 젊은 아씨, 죽음과 폐허의 아수라장에 그래도
사람의 맨 나중은 사람이며 희망이라는, 연둣빛 소문을 일파만파
퍼뜨린 당신,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브의 모습으로 앞섶을 열어
울음소리도 미약한 저 메마른 입술, 배고픔으로 달싹이는 입술 깊숙이
젖꼭지를 밀어 넣은 푸르디푸른 당신, 참 고맙습니다.

최초의 남자에게 선악과를 건네준 여자의 죄를 빌미로 신께서는
친히 인류에게로 건너 왔다하지요 그리하여 아름답고 복된 죄를
저질렀다하는 당신, 젊은 이브들
5월, 도처에 번진 연둣빛에서는 하필 젖비린내 진동하는 까닭을
어렴풋이 알 듯도 하여

당신,
재난현장에 파견된 여성경관으로 갓 출산한 20대라 하지요
어미는 어딜 갔나, 현장에서 발견된 젖먹이 셋에
무너진 고아원에 갇혀 다만 우는 것으로 배고픔을 알리던
젖먹이 다섯을, 번갈아 안아 올릴 때 마다 뜨겁던 속울음만큼이나
당신 젖샘에는 물큰물큰 젖이 돌아 터질듯 부풀었을 테지요 그때
세상 어미들 파다하게 젖몸살 앓았을 테고요 폐경의 내게까지
축복된 그 아픔 찌르르 전해져 한나절을 서성였으니까요.

조정인(마리안나. 서울 화곡2동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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