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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에 만난 사람] 평화상조 장례지도사 최호씨

부자도 노숙자도 떠날 때는 ''옷 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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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상조 장례지도사 최호씨는 "다양한 인생역전을 겪으신 고인들을 내 가족처럼 모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고인의 이름과 빈소, 발인 일정이 적힌 전광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빈소에서는 상복을 입은 유가족의 통곡소리가 들렸다 그쳤다 하기를 반복한다.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배우자 혹은 부모, 자식을 잃었다.

 장례식장은 말없이 관에 누운 고인과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을 겪어야 하는 이들을 만나게 해준다. 이곳에 매일 출퇴근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슬픔과 상실감으로 공황상태에 빠지는 유가족 곁에서 장례 절차를 돕고, 조문객을 잘 받도록 도와준다. 염습(죽은 사람의 몸을 씻기고 옷을 입힌 뒤 염포로 묶는 것)과 입관 예절도 이들 몫이다.

 평화상조에서 7년째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최호(토마스 아퀴나스, 55, 인천교구 은행동본당)씨를 만났다. 평화상조(대표이사 김한석 신부)는 서울대교구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 2006년 가톨릭 신자들을 위해 설립한 지급 여력 비율 1위의 국내 최고 상조 사업체다. 그는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죽음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여요. 죽음을 항상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요.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순간에도 벗어나려고 하는 게 인간이니까요."

 평화상조에 입사하기 전 장의사로 일했던 최씨는 10년 넘게 고인들을 하늘나라로 배웅했다.

 "우리가 처음 태어나 입는 것도 기저귀이고, 죽고 난 후 마지막으로 입는 것도 기저귀입니다. 태어날 땐 배냇저고리를 입지만, 죽을 때는 수의를 입지요. 지금까지 보내드린 수천 명의 고인 모두 정확하게 수의 한 벌씩 입고 가셨습니다."

 최씨는 "마지막 순간에 진실로 필요한 건 고인이 생전에 쌓은 선행과 남은 이들의 기도뿐"이라고 말했다.

 "10원짜리 동전 하나도 소용없어요. 삼성 이병철 회장도 대통령도…. 교수, 의사, 장관, 노숙자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외환 위기 때 회사를 그만두고 지인 권유로 이 일에 발을 들여놓은 최씨는 "이 일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처음 그에게 장례식장은 두려운 곳이었다. 소규모 장례식장은 대부분 지하에 있고, 빈소가 비어있을 땐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불을 꺼놔야 했다. 안치실에는 연고자가 없는 훼손당한 시신이 항상 안치돼 있었다. 불 꺼진 장례식장에서 홀로 당직을 설 때마다 등골이 오싹했다.

 염습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부패한 시신에서는 역한 냄새가 나고, 살에는 수포와 진물이 올라와 수의를 입힐 때마다 손에서 자꾸 미끄러졌다. 최씨는 힘들 때마다 `이 고인을 내가 모셔 드리지 않으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하고 생각했다.

 "사고 등으로 신체 일부가 없는 아무리 험한 시신이라도 고인이 정상적인 상태였을 때를 상상해봅니다. 그러면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우실까 생각하게 돼요. 고인의 마음으로 다가가면 무섭지 않아요. 고인을 정성껏 보내드리며 큰 보람을 느낍니다."

 최씨는 "사랑했던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의 부르심을 받고 평안한 모습으로 소풍 가듯 눈을 감으신 고인을 볼 때마다 참 좋은 죽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13살 나이로 뇌사상태에 빠져 아홉 명에게 장기를 기증한 이건영 학생을 떠올렸다.

 "부모 같은 입장에서 굉장히 가슴 아픕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 여러 명을 살리고 떠나는 학생을 보면 견디기가 어려워요."

 그는 장례를 치르면서 고인이 남기고 떠나는 선교의 씨앗도 여러 차례 목격했다.
 "평화상조의 천주교 장례는 오랫동안 냉담해온 유가족들 마음을 움직입니다. 많은 냉담교우가 고해성사를 보고, 주님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최씨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례를 치르고 나면 나는 일을 했을 뿐인데 마치 선행한 것처럼 기분이 좋다"고 털어놨다.

 그는 "위령성월뿐 아니라 1년 365일 가족과 이별하는 이들이 매일 있다"면서 "위령성월만이라도 고인들이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간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함께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달에 7~8명의 장례를 도와주는 그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항상 대기해야 한다. 그는 "직업 특성상 다른 신앙활동을 하기가 어렵지만 장례지도사로 일하면서 신앙에 더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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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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