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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 사별가족을 위한 모임 ''해바라기 모임''

"울지 마세요,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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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에서 유가족들이 세상을 떠나는 가족을 위해 기도하며 초에 불을 켜고 있다. 이지혜 기자
 

   "당신이 아침 소리에 깨어날 때/나는 하늘을 고요히 맴돌고 있습니다/나는 밤하늘에 비치는 따스한 별입니다//내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마세요/나는 거기 없습니다/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8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불암산 자락에 있는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 센터장 노유자(쟌드마리,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수녀가 작자 미상의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낭송한다.

 따뜻한 차와 다과를 둘러싸고 모여앉은 10여 명이 눈물을 글썽이며 시를 감상한다. 이들은 모두 사랑하는 배우자 혹은 부모를 잃고 아픔을 달래고 있는 사별가족들이다. 이들은 모두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에서 돌봄을 받은 가족들이다.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는 위령성월을 맞아 사별가족을 위한 모임 `해바라기 모임`을 열고,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으로 슬픔을 안고 사는 사별가족을 위로했다.


 
▲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 마당에서 사별가족들이 둘러 앉아 노유자 수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0여 명의 사별가족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아픈 마음을 털어놨다.

 "건강하던 남편인데 간암으로 4개월 투병하고 한 달 전 돌아가셨습니다. 영정 사진을 보면 돌아가신 것 같지가 않아요. 내가 그동안 잘 해주지 못한 것을 생각하게 되고, 이제 해줄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김 모니카).

 "남편을 떠나보낸 지 3년 4개월이 됐습니다. 남편이 죽고 나서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많은 욕심을 내려놨어요. 삶이란 하느님 뜻에 달렸다는 것을 알고, 현재 주어진 것에 무척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박 데레사).

 "아내가 떠난 지 69일째입니다. 한 달은 절망감으로 살았고, 또 한 달은 사랑한 만큼 잘 해주지 못했다는 후회로 살았습니다. 아내가 평소에 `늙어서 추하게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이 베드로).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깊은 한숨과 함께 눈물을 쏟았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여러분 슬픔을 붙들고 기도하다 보면 하느님이 빈 마음을 좋은 것으로 채워주실 겁니다. 그리고 슬픔을 너무 참지 말고 마음껏 우세요"(노유자 수녀).

 노 수녀는 이어 "하늘나라로 떠난 사랑하는 가족이 우리를 내려다보며 무슨 말을 할 것 같냐"면서 "우리에게 먹지도 말고 매일 울기만 하라고 하진 않을 것"이라며 마음을 달래줬다.


 
▲ 남편을 떠나보낸 한 여성이 풍선에 편지를 쓰고 있다.
 

 사별가족들은 함께 성가도 부르고, 초에 불을 켜며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세상을 떠난 가족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풍선에 적어 매달기도 했다. 모임 후에는 자리를 옮겨 인근에 있는 선승성당(군종교구)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남편을 떠나보낸 박선규(마리나, 59)씨는 "어디 가서 나 슬프다고 말하고 다닐 수도 없는 처지에 이곳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슬픔이 걷힌다"면서 "해바라기 모임을 통해 슬픔을 딛고 내 생활을 이어가는 데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2008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설립한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는 재가 말기 환자들에게 호스피스 완화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간호사로서 가톨릭대 간호대학 호스피스교육연구소장을 역임한 노유자 수녀가 의사와 사목자, 봉사자 등 호스피스 관련 의료인들로 환자 방문팀을 꾸려 가정과 병원을 방문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해마다 위령성월에 사별가족 모임을 열고,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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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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