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성서주간] 2년 3개월 만에 신구약 필사한 14살 배희진양

예수님 계시다는 걸 확신하게 돼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성경필사를 하면서 예수님을 만났어요!"
아빠 배경훈(요한 보스코)씨, 엄마 최순식씨와 함께한 배희진양. 임영선 기자
 

"성경 필사를 매일같이 하다 보니 어느새 (필사가) 습관처럼 됐어요. 삶 안에서 예수님 말씀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너는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면 좋으련만!(묵시 3,15)`이라는 말씀이 있잖아요? 중간에 필사를 그만두면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저는 뜨겁게 살기로 결심하고 포기하지 않았죠."

 신앙심 깊은 성인 신자가 한 말이 아니다. 2년 3개월 만에 신구약 성경을 필사한 배희진(클라라, 14, 수원교구 양지본당)양의 소감이다. 2011년 6월 필사를 시작해 지난 9월 대장정을 마무리한 배양은 "예전에는 신앙심이 별로 없었는데 성경 필사를 하면서 예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굳게 믿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2년 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배양이 어른도 선뜻 시작하기 힘든 필사에 도전한 것은 순전히 `해외여행`(성지순례) 때문이었다. 주보에서 수원교구 청소년 성경축제 안내문을 본 엄마에게서 "성경을 필사하면 해외성지순례를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배양은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는 말에 두말없이 "해보겠다"고 말했다.

 수원교구 청소년국은 2010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청소년 성경축제를 열었다. 3년 동안 신구약을 모두 필사한 청소년ㆍ청년 30명(선착순)은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보내준다고 약속했다.

 성경만 옮겨 쓰면 해외를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의욕적으로 노트를 펼쳤지만 성경을 읽은 적이 없는 어린 배양에게 필사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첫날 창세기를 옮겨 적는데 내용도 재미없고 너무 지루했다. 어머니 최순식(데레사)씨 조언으로 잠언을 먼저 썼지만 지루하고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많이 울었어요. `내가 도대체 이걸 왜 써야 하나`는 생각이 들어서 서러웠어요. 손이 많이 아팠어요. 나중에는 팔까지 저려왔어요. 포기하고 싶었죠. 너무 쓰기 싫어서 엄마한테 `도저히 못하겠다`고 한 적도 많았어요. 쓰고 멈추고를 반복하다가 올해 초부터 마음을 잡았어요. 참고 계속 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재밌게 느껴졌어요."

 최씨는 "딸이 많이 힘들어했지만 성경을 계속 쓰다보면 무언가 신앙적으로 느끼는 게 있을 것 같아 끝까지 써보라고 격려했다"면서 "성적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계속 필사를 시켜야 하나` 갈등도 했지만 딸 인생에서 공부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성경과 함께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배양은 조금씩 달라졌다. 엄마의 강요에 못이겨 마지못해 성당을 나갔던 배양이 언제부터인가 먼저 "성당을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십자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혼자 9일기도를 바치기도 했다. 툭하면 내던 짜증도 사라졌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는 예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못 믿었어요. 필사를 하면서 예수님이 계신 것을 확실히 알게 됐어요. 힘들 때마다 `그러나 저는 늘 당신과 함께 있어 당신께서 제 오른손을 붙들어 주셨습니다`(시편 73,23)는 말씀이 큰 위로가 됐어요. 성경을 읽다 보면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아요. 말씀을 가슴에 새기죠."

 인터뷰 내내 수줍어하며 주로 "네, 아니오"만 하던 배양은 성경 이야기가 나오면 기억하고 있는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의젓하게 답했다. 베드로의 첫째 서간에 나오는 "여러분의 모든 걱정을 그분께 내맡기십시오. 그분께서 여러분을 돌보고 계십니다"(1베드 5,7)라는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배양은 성경필사를 마치고 허전한 마음이 들어 요즘 성경을 다시 읽고 있다고 했다. 성경구절을 줄줄 읊는 배양에게 "신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조금 어려운 질문을 던져봤다.

 "신부님이 강론 중에 `살아가면서 항상 하느님을 첫째로 모시고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저는 그게 바로 신앙이라고 생각해요. 신앙인이라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아직 물질적인 것도 좋아해서 신부님 말씀대로는 살지 못할 것 같아요."

 배양은 내년 1월 성경 필사를 한 수원교구 청소년ㆍ청년 20여 명과 함께 이스라엘로 꿈에 그리던 성지순례를 떠난다. 배양은 "예수님이 다니셨던 길과 태어나신 곳(베들레헴)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11-1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로마 12장 10절
형제애로 서로 깊이 아끼고, 서로 존경하는 일에 먼저 나서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