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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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특집] 별이되어주어라 (3·끝)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 대표

더불어 사는 삶, 마음으로 ‘찰칵’
국내 첫 장애인 전용 사진관 마련
노후 준비로 시작 … 나눔으로 변신
“실천하는 재미에 기쁨 두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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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준다. 베들레헴의 별을 발견하고 거룩한 생명을 축복한 동방박사와 수많은 새 생명을 앗아간 헤로데 임금은 그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우리나라 장애인 사진관 1호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알베르토·50·서울 가락동본당) 대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바라본다. 장애인과 어르신, 소외받는 이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대림 특집 ‘별이 되어 주어라!’의 세 번째 별, 나 대표의 이야기를 그의 시선으로부터 시작한다.

■ 마음으로 찍어드립니다

사진기가 흔한 요즘에도 사진관만 가면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기 일쑤다. 낯모르는 사진사 앞에서 예쁜 표정 짓기가 민망하고, 무채색 배경에 멀뚱하게 앉아있는 상황이 어색하기만하다. 그래서인지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종민 대표가 찍은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다. 마치 절친한 친구가 찍어준 것처럼 편안한 모습이다. 비밀은 ‘마음’에 있다. 촬영하기 전 20~30분 동안은 사진관을 찾은 가족들과 반드시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어색한 사진관에 온기가 돌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웃음꽃이 핀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전문 모델 ‘뺨치는’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여느 사진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국내 최초의 장애인 전용 사진관 ‘바로봄’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저는 제가 잘 찍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마음으로 열심히 찍는 것뿐이예요. 그러다보니 사진 찍히는 분의 표정이 좋아지고, 주변 분들도 사진이 좋다는 말씀도 해주시더라고요.”

나 대표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불과 5년 남짓. 기술적인 면이야 전문가들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할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을 채워주는 힘이 나 대표의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덕분에 찍기 어렵다는 장애인 가족사진 촬영 안에서도 이제 즐거움을 찾을 정도가 됐다.

“장애인 가족사진은 각오를 하고 시작해요. 어떤 가족은 200~300장을 찍은 적도 있어요. 엄마, 아빠, 아이가 동시에 좋은 표정을 짓기까지 기다리고 기다려야죠. 그분들에게는 사진관 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삶의 이벤트인걸요.”


 
▲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 나종민 대표의 사진 속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편안하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 바라봄 사진관)
 

■ 뿌리 깊은 나눔 나무

사실 바라봄 사진관은 당초 계획에 없던 일이다. 사회공헌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었고 방법도 몰랐다. 평소 관심 갖고 있던 사진을 2007년 은퇴 후 본격적으로 배운 게 다였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었다. 행복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무료촬영 봉사 현장에서 만난 한 장애아동의 어머니 말로 인해 나 대표의 삶은 전혀 바뀌었다.

“아이를 사진관에 데리고 가면 왠지 위축된다면서 사진관을 하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사진은 나눔을 퍼뜨릴 좋은 도구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첫 보금자리는 서울 동소문로에 마련됐다. 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 렛츠(LETS)에서 만난 착한 사진가 2명과 함께 장애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발품을 팔아가며 발견한 곳이었다. 장애인들에게는 무료 혹은 사진관 상품의 30 가격만 받는다. 여전히 직장생활을 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 대표는 사실 20여 년 간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전문가다. 외국계 회사 한국 지사장까지 맡으며 억대 연봉을 받는 직장인으로 선망 받았다. 그런 그의 은퇴선언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직장인 나종민에게 행복의 기준은 ‘성취’였어요. 근데 관리자가 되고 나면서 현장에 나가지 못하나, 몸은 피곤하지 않지만 일이 재미없어지더라고요.”

그런데 계획에도 없던 바라봄 사진관은 그에게 새로운 재미를 깨닫게 했다. 바로 ‘나눔의 재미’다. 그는 장애인 가족사진을 찍으면서 외부 강연과 재능기부도 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을 가지고 전시회도 연다. 1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세대와 소통하면서 약간의 소득과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이 일이 너무나 만족스럽다.

“제가 끈기가 부족한 편이예요. 만약 직업이었다면 싫어질 때가 됐는데, 4~5년을 했음에도 사진관을 시작할 때보다 지금이 더 즐거운 걸보니 아마도 더 오래할 것 같아요. 꽤 오래요.”

나 대표의 나눔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강연을 통해 얻어진 수입은 도움이 필요한 단체를 후원한다. 본인도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많은 이들의 후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작은 관심이라도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더불어 나눔의 기쁨이 두 배로 커지니 나 대표로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얼마 전에 한 복지관에 후원했는데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기쁨이 컸어요. 게다가 그 후에 신기하게도 오랫동안 해결 안 된 문제도 스르르 풀렸어요. 비우면 채워진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 지금 하는 일이 즐겁다는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 대표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 퍼져가는 나눔 바이러스

바로봄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값진 경험을 쌓은 나 대표에게 변화가 생겼다. 사회에서 말하는 물질적인 부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았다. “한번은 80대 노모와 60대 아드님이 같이 오셨는데, 기초생활수급자셨어요. 근데 그 돈을 쪼개서 장애인들을 돕고 계시더라고요. 소아마비 걸린 아들에게 가족사진을 물려줄 수 있어 기쁘다는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이웃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장애인에 대해 잘



가톨릭신문  201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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