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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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특집]<2> 도덕적 빈곤

도덕적 가문, 사랑 관심 사회적 변화로 해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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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후 처음 발표한 이번 사순시기 담화 주제는 빈곤(가난)이다. 교황은 담화에서 "빈곤은 믿음과 연대와 희망이 없는 가난"이라고 정의하고, △물질적 빈곤 △도덕적 빈곤 △영적 빈곤 등 세 가지 형태로 나눴다. 그러면서 특히 도덕적 빈곤을 알코올ㆍ약물ㆍ도박ㆍ음란물 등 4대 중독, 인간 존엄을 빼앗는 실업, 교육 및 의료혜택의 부재 등 현대사회 문제에서 나타나는 인간 내적 폐해로 봤다.


중독ㆍ실업ㆍ자살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려한 도덕적 빈곤은 각종 중독과 사회 문제로 대변되는 인류의 타락, 윤리의식의 부재, 참된 가치를 도외시하는 인간의 내적인 황폐화를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빈곤의 풍향계는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오늘날 사건ㆍ사고 뉴스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중독`이다. 알코올ㆍ게임ㆍ마약ㆍ음란물에 성형 중독까지. 우리나라 국민 8명 가운데 1명은 어디엔가 중독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이른바 `중독사회`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해국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알코올ㆍ도박ㆍ인터넷ㆍ마약 등 4대 중독자가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 가운데 618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4대 중독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비용도 109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얼마 전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 실업자 수가 지난해보다 500만 명 늘어나 약 2억 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실업률은 전년과 동일한 6 수준. 차츰 세계 경기가 회복세라고 하지만, 글로벌 고용시장은 여전히 뒷걸음질치고 있다. 우리나라 공식 실업률은 3대다. 하지만 체감 실업률 지표를 마련해 제대로 된 고용 현황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정도로 실제 실업률은 이보다 더 높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미 `청년 실업 40만 시대`란 말은 신조어가 아니다.

 지난 2월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함께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이후 이번 달에도 형편을 비관한 가족의 동반 자살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라고 하지만,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동반 자살은 개인을 넘어 한순간에 가정 공동체를 파괴하는 사회 충격이다. 이는 경제적 빈곤이 자신과 가족의 생명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도덕적 빈곤으로 이어지는 가슴 아픈 사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낸 첫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나이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은 것은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주가지수가 조금만 내려가도 기사화되는데, 이것이 바로 배척이자 불평등"이라며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배척과 불평등의 경제는 안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곤에서 희망으로

 전 미카엘(54)씨는 해오던 사업도, 가정도 내팽개치고 지낼 정도로 한동안 술에 빠져 살았다. 자제력을 잃은 그는 유흥가에도 빠지면서 신앙생활과는 아예 등진 채 살았다. 알코올중독이었다. 이후 그는 서울대교구 알코올사목센터를 찾아 지금껏 2년 넘도록 알코올 치료를 받았다.

 그는 "술로 인해 몸과 마음은 물론, 도덕적으로 타락할 대로 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신앙인으로서 이중적인 삶을 살았다"며 "치료를 통해 함께 나눔하고, 기도하며 오히려 전보다 영성적으로 깊이 있는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교구 알콜사목센터 김지연(클라우디아) 실장은 "중독에 빠진 이들은 죄인이 아닌, 존중과 믿음으로 대해야 할 한 형제이기에 센터는 그들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꾸준히 함께하며, 특히 피정과 나눔으로 신앙이 장식이 아닌 가장 중요한 것임을 깨닫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노동헌장」은 실업이 인간에게서 자연스러운 요구인 노동을 빼앗음으로써 사회의 중대한 악이 될 수 있기에 사회를 책임진 사람들은 개인과 공동체의 요구를 고려해 언제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선적으로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노동에 관한 모든 신학이 `노동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는 원칙 아래 세워졌다는 사실만 생각해보더라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회화의 방법이자 형제애를 다질 수 있는 노동의 중요성을 무척 강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살과 낙태 등 생명 경시 풍조 또한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도덕적 빈곤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태아의 생명을 함부로 없애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과 윤리성에 대한 의식이 그만큼 결여돼 있음을 보여주는 표지라고 할 수 있다.

 의료와 교육은 사회 공공재에 해당한다. 하지만 오늘날 치솟는 사교육비 문제와 건강보험 혜택 불균형은 이 같은 공공재의 혜택을 모든 이가 누릴 수 없도록 만든다. 사회교리는 가난한 이들, 소외받는 이들, 올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생활 조건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공평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우선적 선택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182항 참조)고 밝힌다.

 아울러 대한민국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경제 민주화`다. 부의 편중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당대 사명이기도 하다. 기업의 윤리적 운영과 사회 공헌, 가계경제 회생과 사교육비 경감, 각종 복지혜택 확대로 경제적 빈곤이 도덕적, 영적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교회가 더욱 나서길 기대한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허근 신부(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윈회 위원장)

 
 "주일에 화상 경마장ㆍ경륜장을 가보면 일확천금의 허황된 꿈을 꾸고 도박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실감합니다.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삶의 의미를 되찾고 미사에 참례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교회 안팎에서 각종 중독으로 도덕적 빈곤 속에 살아가는 이들을 신앙의 넓은 품으로 보듬는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 위원장 허근 신부는 "중독 문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엄청난 사회적 손실과 교회 구성원을 잃는 병폐"라고 지적했다.

 허 신부는 "아이는 게임 중독에 빠지고, 엄마는 쇼핑, 성형 중독에 빠지고, 아빠는 도박장에, 알코올에 빠지는 오늘날 중독 현실은 인간의 정신을 황폐화시켜 악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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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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