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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이땅에 평화] 돈과 생명 맞바꾼 안전불감·황금만능 사회

나부터 물질·경제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주의로 가치관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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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같은 비극이 다시금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물질 중심주의 가치관을 ‘인간 중심주의’로 바로잡는 노력이 가장 시급하다. 서울 명동성당 성모동산 세월호 실종자와 희생자를 위한 촛불 봉헌대 앞 나무에 걸린 글귀가 빗물에 젖었다. 11~12일 내린 비에 젖어 번진 글귀가 마치 하늘에서 눈물의 편지를 보내온 것 같다. ‘사랑하는 아들딸아! 너무나 미안하구나. …부디 하느님 나라에서 다시 만나자. 기도할게.’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300여 명의 희생자를 낳은 세월호 침몰과 1995년 5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두 사고는 돈벌이를 위해 과적과 증설로 안전을 희생시켰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세월호가 갑작스러운 회전으로 중심을 잃고 뒤집어진 것은 화물을 기준치 이상으로 과다하게, 그리고 불균형하게 실은 것이 근본 원인이다.

삼풍백화점은 매장 면적을 늘리려는 무리한 구조변경과 증설로 건물이 무게 압력을 견디지 못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세월호의 과적과 삼풍백화점의 증설은 모두 돈을 더 벌기 위한 것이었다. 생명과 안전은 뒷전이었다. 결국 돈과 생명을 맞바꾼 것이다.

세월호와 삼풍백화점 사고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크고 작은 참사들은 대부분 황금만능주의와 안전불감증이 겹쳐 일어났다. 이는 한국사회 급속한 발전의 부작용이기도 했다. 국가의 가장 큰 목표는 경제성장이었고, 사회 구성원 개개인에게도 경제적 부가 가치판단의 가장 큰 기준이 됐다. 그 과정에서 간과된 것이 인간 존중이라는 본질적 덕목이다. 가치가 전도된 세상이었기에 낙태라는 살인행위마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고, 생명경시 풍조는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흐름처럼 돼 버렸다.

교회는 소유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를 대신하고, 삶의 질이 물질적 안락, 경제적 효율성, 무절제한 소비주의로 해석되는 경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4월 27일에 시성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생명의 복음」(12항)에서 “오늘날 생명은 단순한 ‘사물’이 됐다”면서 “인간은 생명을 더 이상 하느님의 빛나는 선물로, 자신의 책임에 맡겨진, 따라서 사랑으로 보살피고 ‘존중’해야 할 ‘신성한’ 어떤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교황은 이어 “올바른 가치 기준이란 소유에 대한 존재의 우월성, 사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이라고 강조했다. 인간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는 그리스도교 가르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세월호 같은 비극이 다시금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다시 말해 ‘죽음의 문화’를 몰아내고 ‘생명의 문화’를 꽃피우려면 제도적 개선에 앞서 물질 중심주의 가치관을 인간 중심주의로 바로잡는 노력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교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는 “모든 것을 경제적 잣대로만 보다 보니 사람을 포함한 사회 모든 것이 경제 도구가 돼 버린 형국”이라며 “지금까지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경제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사회를 지향한다면 몇십 년 후에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정재우 신부는 “인간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해온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인간보다 물질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모든 변화의 시작은 개개인의 각성이라고 강조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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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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