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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생명 문화 건설

제도 정비에 앞서 생명의 가치부터 마음에 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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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성당 성모동산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신자들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의 이면에는

“사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돈을 따라다니다가 믿음에서 멀어져 방황하고 많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람이여, 그대는 이러한 것들을 피하십시오. 그 대신에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1티모 6,10-11).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이기에 앞서, 우리가 무엇을 향해 달려왔는지를 근본적으로 묻게 한다.

세월호 참사의 저변에는 생명 경시 풍조와 배금주의,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 등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배금주의가 생명 존중 의식을 밀어내고 인간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사회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도덕적 불확실성 풍조를 ‘진정한 죄’라고 정의했다. 이는 문화ㆍ경제ㆍ정치적 경향들은 지나치게 효율성에만 관심을 가진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고 부추기는 ‘죽음의 문화’라는 것이다(「생명의 복음」 12항 참조).

교황은 죽음의 문화가 확산된 사회 현실에서 “생명 그 자체는 단순한 ‘사물’이 되었다”며 “인간은 생명을 더 이상 하느님의 빛나는 선물로, 자신의 책임에 맡겨진, 따라서 사랑으로 보살피고 ‘존중’해야 할 ‘신성한’ 어떤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교황은 생명 존중 의식이 치명적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며, 소유 가치가 존재 가치의 자리를 차지해 버렸고, 삶의 질은 물질적 안락, 경제적 효율성, 무절제한 소비주의로 해석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경제 활동과 물질적 진보는 인간과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일가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경영 비리와 부정 축재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에서 크게 벗어났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재화라도 언제나 보편적 목적을 지니며, 모든 형태의 부정 축재는 창조주께서 모든 재화에 부여하신 보편적 목적에 공공연히 위배되므로 부도덕하다고 명시하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328항 참조).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부가 일부 사람들에게 속한 것은 그들이 부를 다른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공을 쌓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봤다. 부에 대한 무절제한 집착과 부를 쌓아두려는 욕구에서 악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재화가 개인이든 공동체든 다양한 형태의 재산 소유권을 행사하는 주체에게는 더 나은 생활조건, 안정된 미래, 무수한 선택의 기회 등 객관적 이득을 주지만, 반대로 유혹을 야기하는 기만적 약속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재산의 역할을 지나치게 절대시하는 민족이나 사회는 결국 가장 가혹한 예속화를 겪기 마련이다. 분별없이 자기가 가진 재화를 우상으로 섬기는 사람은 그 재화에 예속되고 그 노예가 되어 버린다. 이 재화가 창조주 하느님께 속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동선을 위하여 이 재화를 사용하게 될 때에야 비로소, 물질 재화는 개인과 민족을 성장시키는 유용한 도구로서 올바로 기능할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181항 참조).

생명의 문화 꽃피우려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사회 저변의 부조리와 불의를 바로잡고, 생명의 문화를 꽃피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국가의 재난관리시스템을 정비하고 대응책을 강화해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 생명이 지닌 침해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한 양심을 형성하는 게 급선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생명의 복음」을 통해 생명의 참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예리한 감각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 활동은 개인들이 인간적이게 도와주며, 생명에 대한 존중을 자라나게 하고, 올바른 인격 상호 간의 관계를 훈련시켜 주기 때문이다(「생명의 복음」97항 참조).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정재우 신부는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갑작스럽게 터졌을 때 우리는 평소에 무엇에 중점을 두고 살아왔는지에 따라 행동이 단적으로 드러난다”며 “생명 경시 풍조를 바꾸려면 평소에 사람보다 물질을 더 중시하고, 사람을 어떤 목적의 도구로 생각하진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사람보다도 성공이나 석차, 결과 위주의 잘못된 생활방식을 먼저 인정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가장 이뤄야 할 문화적 변화는 올바른 가치 기준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올바른 가치 기준이란, 소유에 대한 존재의 우월성, 사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입니다. 이러한 쇄신된 생활방식에는 타인들에 대한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타인들에 대한 거부에서 수용으로 옮겨 가는 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생명의 복음」 98항).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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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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