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커버스토리] 언론 보도에 비친 반생명 의식

‘생각없는’ 언론, 속보경쟁 매달려 단순 보도와 선정적 기사로 유가족에 상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저는 올해 들어 장래 희망이 바뀌었습니다. 제 장래희망은 여러분과 같은 기자였습니다. 꿈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가만히 있어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분들, 애타게 기다리는 전 국민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며칠 뒤 단원고에 재학 중인 한 고3학생이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분들께’라는 제목으로 쓴 편지 일부다. 꿈이 기자였던 이 학생은 “공적을 올리기 위해서만 물불 안 가리는 (기자들) 모습을 보며 부끄럽고, 경멸스럽고, 마지막으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후 언론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보도보다는 속보 경쟁에만 매달려 언론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감정적이고 선정적 기사 내용으로 힘겨워하는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을 더 괴롭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 정부뿐 아니라 언론도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기자들은 단원고를 찾아가 등하교하는 학생들의 사진을 찍고 심경을 물어보는 등 인터뷰를 시도해 가뜩이나 불안한 학생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줬다. 사망 학생들이 안치된 장례식장도 찾아가 취재경쟁을 벌였다. 학교로 들어가 사망이 확인된 학생의 책상을 뒤져 일기장을 공개한 언론사도 있었다.

한 공영방송사는 사고 당일(16일) 저녁 뉴스에서 학생들의 보험금을 계산한 리포트를 내보내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해당 리포트가 방송될 당시 사망자는 2명, 실종자는 293명이었다. 막 구조된 학생에게 “친구가 사망한 걸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한 방송사도 있었다. 세월호 관련 언론 보도에 있어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을 막론하고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기사는 드물었다.

사고 직후 모든 공중파 방송사들은 온종일 세월호 사고 관련 뉴스를 내보냈지만 ‘중계’ 수준이었다. 제대로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사를 작성해 전원이 구조됐다는 대형 오보를 내기도 했다.

언론의 주요 기능 중 ‘상관 조정 기능’이 있다. 단순 사실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정보의 의미와 사건의 심층적 배경을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언론은 이번 참사 보도에서 상관 조정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1967년 세계 홍보의 날 메시지를 통해 “대중에 대한 언론인들의 발언은 인간과 사회의 품위를 존경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세월호 관련 보도에서 그런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FABC(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가 설립한 라디오 베리타스 아시아(Radio Veritas Asia)는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청취자들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게 하고 △신속성보다 확인된 뉴스를 균형 있게, 가능하면 여러 각도에서 분석한다는 보도 원칙을 갖고 있다. 이는 비단 라디오 베리타스 아시아뿐 아니라 모든 언론이 가져야 할 원칙일 것이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5-1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로마 15장 7절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기꺼이 받아들이신 것처럼, 여러분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서로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