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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사회구조 속 반생명

경제성장·물질주의에 짓눌린 생명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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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는 자궁 속에서 이리저리 도망쳤다. ‘엄마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치는 것 같았다. 산부인과 의사는 낙태용 수술칼을 태아에게 들이댔다. 태아는 불과 몇 분 만에 주검이 돼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미국에서 제작한 낙태 영상물 내용이다. 우리 사회에서 암암리 자행되는 낙태 역시 이 모습일 것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나라에서만 낙태로 매년 17만 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이 빛 한번 못 보고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거대한 ‘어둠의 그림자’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사실을 자각하며 사는 이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안에서 (낙태와 같은)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동들이 알게 모르게 발생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점점 무뎌져 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프로라이프여성회 배정순 회장은 “너무 오랫동안 낙태가 이뤄지면서 (우리 사회가) 영적으로 무감각해졌다”고 개탄했다.

세월호 사고도 결국 우리 사회의 생명 경시 풍조가 쌓여 촉발된 대형 참사다. 원인은 결국 ‘돈’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재미 언론인 조광동씨는 “세월호는 한국인의 정신과 의식 문화가 반영된 ‘한국의 자화상’”이라고 비판했다. 조씨는 “법과 규정을 안 지키는 것이 어디 세월호 뿐이겠느냐”면서 “한국 사회 곳곳에 부정부패가 켜켜이 쌓이고 무사안일과 적당주의, 형식주의가 적폐된 사회에서는 또 다른 세월호가 시한폭탄처럼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량 먹을거리와 과도한 하도급, 비정규직 양산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생명과는 너무나 거리 먼 죽음의 문화가 판치고 있다. 그 결과 다수의 국민이 농약과 항생제로 범벅이 된 음식을 취하게 되고, 하루 18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하는 가혹한 근로 조건으로 인사 사고를 내고, 신호기가 고장 난 것을 알면서도 책임을 미뤄 지하철 사고를 내는 등 각종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는 “우리 사회는 사람을 사람(생명)으로 귀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소비의 존재로 보는 시각이 일상으로 젖었다는 것이 문제”라며 “경제 성장이라는 사회 공동 목표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손희송 신부도 “세월호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압축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에 만연된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세월호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며 “먼저 나부터 교통신호를 잘 지키는 작은 일부터 실천해나가야 생명 존중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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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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