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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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행복했던 순간들 / 함상혁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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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하고 싶은 것이 많지 않아 고민이지만, 신부가 되어 첫 번째 본당에 부임했을 때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고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했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미사 드리는 게 제일 좋았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좋기는 합니다.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요.) 잘 해보고 싶었고 열심히 했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보좌신부로 첫 번째 부임한 본당은 신자 규모에 비해 주일학교 학생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학생 수가 적어도 ‘이 또한 주님의 뜻이겠지’하고 순순히 체념하겠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무엇이든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경험이 전혀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어찌 보면 아는 것이 없으니 제 뜻이 없고 하느님 뜻으로 채워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일학교 담당 수녀님, 교리교사, 봉사자들과 함께 회의하고 토론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더 성당에 나오게 할 수 있을까 노력했습니다. 성령을 충만하게 받은 새 신부 때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하느님이 어여삐 여기신 것인지 조금씩 미사에 나오는 학생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두 줄이 세 줄이 되고 세 줄이 네 줄이 되고 네 줄이 다섯 줄이 되고, 미사 때 고개만 숙이고 있던 아이들이 대답을 하고…. 함께 노력한 모든 이가 기뻤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보좌신부 기간을 마치고 주임신부가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신자들은 성인 사제가 되라고 기도하지만 저희들은 성인 사제보다 주임신부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입니다. 이제 보좌가 아니라 주임이 되었으니 모든 책임은 혼자 져야 됩니다. 모든 결정도 혼자 해야 하고 판단도 혼자 해야 합니다.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고 스스로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합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본당의 활성화입니다. 결국 주일미사에 많은 신자들이 참례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신자들이 성당에 많이 나오게 할까요? 저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사실 지금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하느님은 사람의 마음을 잘 아시나 봅니다. 많은 신자들이 나오게 할 방법은 몰랐지만 ‘신자들이 성당에 많이 왔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은 가득했습니다. 이런 마음을 아셨는지 많은 은총을 베풀어 주셨고 미사참례 숫자가 꽤 늘어 모두 기뻐하고 행복했습니다.

저희 사제들의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대접을 받거나 좋은 물건을 가진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된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저희들이 바라는 것은 소박한 것입니다. 교우분들이 기쁜 마음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모습을 볼 때, 성당에 빈자리가 없이 가득 채워져 있을 때,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모습이 편안해 보일 때 저희는 행복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못 만나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혹시 그동안 오래 쉬신 분들 계신가요? 이제 코로나19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성당에 가보시면 어떨까요?


함상혁 신부(제1대리구 공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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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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