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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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하나] 이주민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준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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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대다수의 이주민들은 노동자들입니다. 사실상 이민정책이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내국인의 관점에서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잠시 한국에 머물다 떠나갈 사람들’로 간주되곤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이미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단지 머물고 있는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신분 상태 때문에 한국사회 안에서 드러나지 않게 숨어 지내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들끼리 모여 거주하면서 내국인들과 교류하는 것도 경계하고, 건강과 생명, 인권침해와 관련된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길 주저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체류한지 10년이 넘었음에도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주민들을 만날 때 ‘아, 이 사람들은 한국어를 배울 마음이 없구나’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토록 오래 한국에서 살면서도 소통을 위한 수단인 언어마저도 배울 열의조차 없는 것 같아 보여 한편으로는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미디어 매체를 통해 들은 바로는 K팝과 K드라마의 열풍으로 너도나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한다는데, 제가 만난 2000여 명의 이주민들 중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니 의아한 일이었습니다.


현재 교구에는 11개의 엠마우스(신앙공동체)가 있는데, 필리핀, 베트남, 동티모르,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각자 자기 국가와 대륙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자기나라 언어를 사용합니다. 한국 땅에서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을 서로 연결하고 통합하는 것에 한국어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속상한 일입니다. 그들을 사목하기 위해 대안으로 그들에게 마찬가지로 외국어인 영어를 사용하는 것도 우스운 현실입니다.


이처럼 그들의 한국어가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주민 정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사실상 결혼 이민자 외에는 영주권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이주민들을 나와 함께 지낼 이웃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아직은 없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고용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언제라도 등 떠밀려 본국으로 쫓겨날 걱정을 안고 사는 이주민들은, 한국어를 배울 동기도 갖기 힘들고, 한국어로 소통할 만한 한국인 친구들도 없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들은 한국의 문화와 정돈된 사회를 좋아하고, 한국 사람들의 호의와 친절에 감사하고 있으며 한국사회에 대해 더욱 더 알기를 원합니다.


한국은 외국인들에게 참으로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길 내심 기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우리와 함께 지내며 우리의 문화와 사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정책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한국어를 배우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국내의 저출산과 인구감소로 인해 더욱 더 많은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한국사회에서도 교회에서도 안정된 신분을 보장받으면서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활동하는 이주민들이 많아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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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이상협 그레고리오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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