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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이주노동자 가정이 처한 위기와 귀환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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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가정은 새로운 위기와 어려움으로 인해 그 온전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이주노동자들의 가정은 이러한 위기의 요소에 구조적으로 취약함이 있습니다.

 

가정의 경제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배우자 또는 가장을 타국에 떠나보내고, 뒤에 남은 가족들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자 자국에서 고군분투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위기에 직면합니다. ‘부모의 부재’, ‘뒤바뀐 부모 역할’, ‘배우자와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등은 이주 노동으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가족 구조가 직면하게 되는 대표적인 문제점입니다.

 

 

저는 법적으로 허용된 체류기간을 넘기면서까지 국내에서 장기적으로 일해온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예상과는 달리 저축을 전혀 하지 않으며, 고국에 남겨둔 가족과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계획 또한 확실하지 않은 것을 대화를 통해 알게 되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저 일하고, 벌고, 자신의 수당의 대부분을 고국에 남겨둔 가족들에게 보내고, 자신을 위해서는 저축을 하지 않은 채 이주노동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과연 가정을 위한 일인가를 사목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지켜봤을 때, 저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보면, 그들이 5~10년 국내에서 번 수입의 일부만 송금하고 그 나머지를 저축해도 그 가족들의 자국에서의 경제 사정은 유지되며, 이주노동자는 고국으로 귀환 후 근본적으로 보다 개선된 경제 상황에서 가족들과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10년 이상 장기체류(대부분 미등록이고, E-9비자로도 ‘가족초청’은 막혀 있어 ‘장기근속 특례’로 이주노동자가 한 번 입국하면 10년 이상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정의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를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오랜 부재로 인해 정서적으로도 깊이 타격받은 가족 간의 유대관계는 어느 순간 균열이 생기게 되고 더 이상 회복되지 못할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가족의 위기와 해체를 겪은 이주노동자는 필연적으로 고향에 돌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타국에서의 생활을 연장하며, 새로운 이성 상대와 동거 형태의 불완전한 가정을 꾸리곤 합니다. 고국으로 돌아가 취업이나 사업의 기회를 찾기 힘든 것도 타국에 눌러앉게 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가족에게 수입의 대부분을 송금하느라 모아둔 돈이 없는 경우에는 이 문제가 더 현실적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정이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고려할 때, 저는 가족과 동반하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의 장기 체류 문제를 교회적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그들의 장기체류를 반대 혹은 옹호의 입장으로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그들을 위한 특별한 상담 또는 본국 귀환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들이 가정을 지키는 최선의 방향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목적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 _ 이상협 그레고리오 신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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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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