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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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40. 스무 번째 가정 - 충북 증평 김선희씨(상)

“그저 남들처럼 평범한 집에 살고 싶어요”, 쥐·벌레들 들끓는 열악한 환경, 벽지·장판엔 습기·곰팡이 가득, 누가 찾아오는 것도 두렵고 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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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거행된 ‘사랑의 집 고쳐주기’ 축복식에서 관계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희씨, 박종수 증평본당 보좌신부, 조성학 증평본당 주임신부, 장인산 청주교구 총대리 신부, 이성도 가톨릭신문사 사장 신부, 이종익 엠에이디 종합건설 사장.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하지만 더 어려운 분에게 갈 기회를 뺏은 것은 아닌지….”

말끝을 흐리는 그녀의 눈망울에 물기가 가득하다. 감사와 행복이 뒤섞인 눈물이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스무 번째 대상자 김선희(막달레나·청주교구 증평본당 사리공소)씨 가족에게 집은 멍에와 같은 존재였다.

쥐·벌레들의 천국, 습기와 곰팡이로 울어버린 벽지와 장판, 물이 새는 지붕과 외풍을 막기엔 버거워 보이는 흙벽, 떨어진 방문, 재래식 외부 화장실, 세면대 없이 쪼그리고 앉아 씻어야 하는 욕실까지. 고쳐야할 부분을 세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현실은 냉정했다. 버티고 있다는 말이 딱 맞았다.

“우리 집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참 어려운 일이었어요. 손님이 찾아오시면 조마조마했죠. 특히 화장실이 외부에 있는데다 재래식이라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해요. 항아리 하나 묻어 두고 발 받침대를 놓은 것이 전부거든요.”

그저 남들처럼 평범한 집에 사는 것이 가족의 소원이었다. 하지만 남편과 김씨가 직장생활로 벌어들이는 200여 만 원은 부부 외 대학생과 중·고등학생 네 자녀까지, 여섯 식구 생활비로도 부족했다. 그나마 지난해 시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으로 도배와 싱크대 등 급한 불은 껐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곧 허물어질 모래성 같았다.

시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김씨의 눈에 또 눈물이 고였다.

“잘 모셨어야 하는데…. 성치 않은 집에서 병중에 고생하신 것 같아서….”

말 끝머리가 울음 속에 묻혀버렸다. 오늘 같이 좋은 날, 그리움이 더 사무쳤다.

아이들이 공부방 하나 없이 먼 거리를 오가며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도 항상 걱정이었다. 네 자녀가 모두 학생이기 때문에 교육 문제도 더 신경이 쓰였다.

“늦게 돌아와서 녹초가 돼있는 아이들을 보면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공부방 하나 마련해줄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김씨는 계속 눈가를 닦아냈다. 눈물과 기쁨이 뒤범벅돼 얼떨떨한 표정이다.

“이렇게 저희 가족을 위해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돈으로 갚을 수 있다면 열심히 일해서라도 갚을 텐데…. 앞으로 주변의 더 어려운 이웃들에 항상 베풀면서 살겁니다. 그게 보답하는 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18일, 김씨의 집 앞에 본당 및 공소 식구들이 한가득 모였다. 공사 시작 전 축복식이 열린 것. 동네잔치가 벌어졌다. 모두 자신의 집 일인 듯 기뻐했다. 손을 맞잡고 웃음꽃을 피웠다. 새벽까지 억수같이 내리던 비도, 천둥번개도 때가 되자 말짱해졌다. 모두들 하느님의 축복이라 입을 모았다.

축복식을 집전한 장인산 청주교구 총대리 신부는 천국의 집 이야기를 예로 들고, “이렇게 좋은 뜻으로 모인 우리는 주님 마음에 꼭 드는 선한 씨를 뿌린 것”이라며 “이 씨가 깊이 뿌리내리고, 해마다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성도 가톨릭신문사 사장 신부는 “이번 대상자 가정은 여러 가지 어려운 가운데서도 주님을 뜻에 따라 열심히 살아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번을 계기로 주님 안에서 더욱 기쁘게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조성학 증평본당 주임신부는 “이 사업을 보며 하느님의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며 “이러한 계기를 통해 그 사랑을 눈으로 보여준 하느님께 항상 감사하고, 그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종익(아브라함) 엠에이디 종합건설 사장은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어머니께서 자녀들과 함께 고생하시는 모습에 안타까웠다”며 “다른 생각 없이 자녀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공사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축복식이 끝난 후 이 사장이 김씨에게 공사 계획을 설명했다. 김씨의 눈에 눈물이 마르고 미소가 번졌다.

앞으로 김씨의 집은 외벽 보수, 보일러실 신설, 천장 보수, 화장실 신설(정화조 설치), 출입문 교체, 도배, 장판, 전기 배선 등 각 부분의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 사랑의 집 고쳐주기 문의

서울 : 02-778-7671~3

대구 : 053-255-4285


 
▲ 장인산 신부(맨 왼쪽)와 김선희씨(가운데), 이종익 사장이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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