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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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피데이 도눔" 선교 현장을 가다(상) 시드니 파티마의성모본당 김세진 신부(서울대교구)

호주 신자들에게 "신앙의 선물"로 받아들여져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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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시드니대교구에서 `피데이 도눔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김세진ㆍ우용국ㆍ유정규 신부의 사목 현장을 7월 16~26일 서울대교구 해외선교위원회 총무 양해룡 신부와 함께 둘러봤다. 선진국 호주도 사제가 매우 부족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시드니대교구에서 본당사목을 위해 선교사를 받은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세 사제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김세진 신부(맨 왼쪽)가 지난해 11월 26일 본당 설립 60주년 기념미사에서 케리 바야다 몬시뇰(파티마의성모본당 주임), 조지 펠 추기경(시드니대교구장) 등과 함께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7월 19일, 김세진 신부가 보좌로 사목하고 있는 시드니 남동쪽 캐링바의 파티마의성모성당. 김 신부가 집전하는 아침 7시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에게 김 신부에 대해 물었다.

 "너무 좋습니다. 영성적 사제예요. 성모님께서 사랑하시는 아들입니다."(쥬디 리)
 "겸손하고 친절하세요. 본당에 처음 오셔서 강론하셨을 때 강론이 너무 좋아 강론 원고를 달라고 했습니다."(포누투라이 마리아)
 "한마디로 신자들에게 양식이 되는 신부입니다."(리처드)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그들 대답은 칭찬 일색이다. 한 신자는 생전 처음 만난 기자에게 선뜻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김 신부가 본당 신자들에게 환영받고 있기에 가능한 호의다. 그들의 진심 어린 표정에서 김 신부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2005년 사제품을 받은 김 신부는 2010년 11월 호주에 왔다. 도착한 직후 마루브라본당 보좌로 지내는 동안에는 주로 어학공부에 힘을 쏟았다. 실질적 사목은 2011년 6월 파티마의성모본당에 부임하면서부터다.

 파티마의성모본당은 신자 수가 7000여 명으로, 시드니대교구에서 매우 큰 본당에 속한다. 보좌신부도 두 명이나 된다. 본당 부설 초등학교와 그리스도 교육수도회가 운영하는 중ㆍ고등학교가 같은 울타리를 사용한다.

 주일미사 4대(토요 특전 포함), 평일미사 2대꼴로 봉헌하는 것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주일학교는 없다. 종교교육은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직접 실시하기 때문이다. 호주 가톨릭교회는 교육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호주 교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가 그만큼 많다.

 미사 참례를 제외한 신자 활동은 매우 적은 편이다. 단체 활동은 레지오 마리애 1개 쁘레시디움과 기도회, 친교 모임 등을 합쳐봐야 다섯 손가락 남짓이다. 소공동체 모임도 없다. 이곳 본당을 비롯해 대다수 본당에서 빈첸시오회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 김 신부의 귀띔.

 "한국교회에 비해 전반적으로 신앙의 열의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주일미사 빠졌다고 고해성사하는 신자는 거의 보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신자들은 한국교회 신자들보다 더 열성적이라고 할 정도로 열심입니다."

 종교교육을 학교에서 맡는다고 해도 학교 미사와 고해성사 등 성사는 사제 몫이다. 김 신부도 본당 미사 외에도 관내 학교에서 학기(호주는 4학기제)마다 반별로 미사를 주례하고 고해성사를 준다. 만만치 않은 횟수다.

 인근에 있는 양로원을 정기적으로 찾아 미사를 봉헌하고 병자 영성체를 하는 것도 김 신부의 사목활동 가운데 하나다. 근처 병원의 원목신부로 등록된 까닭에 시도 때도 없이 불려가 환자를 만나고 병자성사를 주기도 한다.

 호주에서 병자 영성체는 신부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환자 인근에 사는 신자들이 성체를 모시고 가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신부는 지난 성탄절 때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30여 명의 환자 집을 일일이 찾아가 병자 영성체를 하고 고해성사도 집전하면서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외로운 그들에게 큰 위로가 됐음은 물론이다.

 김 신부는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영어로 미사를 봉헌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한다고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서툴렀을 것이다.

 "미사가 끝났을 때 신자들이 모두 박수를 쳐줬습니다. 제의방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신자들이 와서 `무슨 말인지 다 알아 들었다` `잘 했다`고 격려해주시더라고요.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순간이었습니다."

 김 신부가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이 호주 신자들에게 신앙의 선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깨달을 때다. 아주 작은 노력을 기울였을 뿐임에도 더없이 고마워하고 즐거워하는 신자들을 볼 때마다 호주로 파견된 의미를 찾는다. 서툰 영어 강론에 감명받았다면서 강론 원고를 요청하는 신자들이 한 예다. 김 신부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이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보람은 없다"고 말했다.

 어려움도 적지 않다. 아무래도 현지인에 비해 영어가 익숙지 못하고 문화적 이질감도 크다. 호주는 다민족 국가여서 같은 말을 해도 표현이 다양하다. 그 표현들을 하나하나 이해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현지에서 자라고 배우지 않아 모르는 일들도 많다. 현지인들에게는 자연스럽지만 외지에서 온 김 신부에게는 낯선 그런 일들이다. 이 또한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한국에서처럼 사제관에 식복사가 따로 있지 않아 먹는 것이나 빨래하는 것이나 생활의 많은 부분을 직접 챙겨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이는 소소한 문제일 따름이다.

 김 신부가 `피데이 도눔 선교사`로 호주에 온 것은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다. 신학생 때부터 해외선교에 뜻이 있었고, 교구에서 시드니대교구 파견 사제를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주저하지 않고 지원했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해외선교는 긴 사제생활을 하는 동안 좋은 경험과 시간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작으나마 보편교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한국에서와는 또다른 기쁨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 호주가 제3세계 국가들에 비해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 활동이 한국과 호주 교회 모두를 풍요롭게 할 것으로 믿습니다. 해외선교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높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시드니(호주)=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 피데이 도눔(Fidei donum)
 교황 비오 12세가 1957년 반포한 회칙 제목으로 `신앙의 선물`이라는 뜻이다. 비오 12세는 회칙을 통해 사제가 많은 교구에게 사제가 부족한 교구로 사제를 파견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많은 교구 사제들이 보편적 선교 사명을 깨닫고 소속 교구를 일시적으로 떠나 해외 선교지역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파견된 선교사를 `피데이 도눔 선교사`라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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