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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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피데이 도눔" 선교 현장을 가다(중) 시드니대교구 3개 본당 보좌 우용국 신부(서울대교구)

신부 2명이 3개 본당 공동사목... 사제 부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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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용국 신부가 성요셉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신자들과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고 있다.
 
 
   시드니대교구 성비오5세(엔모어지역)본당, 성베드로와바오로(템피지역)본당, 성요셉(로스베리지역)본당.
 우용국(서울대교구) 신부가 보좌로서 마틴 모나간 주임신부와 함께 사목하는 본당들이다. 사제 2명이 관할하는 본당이 3곳이나 된다. 사제가 부족한 탓이다.

 성비오5세본당과 신자 수가 줄어든 성베드로와바오로본당은 애초 두 신부가 함께 사목하고 있었다. 그러다 인근 성요셉본당까지 떠안게 된 것은 지난해 성요셉본당 주임신부가 선종한 뒤 새로 부임할 신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례가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올해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교구에서 무려 6개 본당 주임 자리가 비게 될 전망이다. 벌써 은퇴했어야 할 원로신부가 사목하는 본당이 한둘이 아니다. 근래 사제서품식이 거행된 적이 거의 없다. 그나마 호주교회에서 사제가 많다는 시드니대교구가 이 정도다.

 두 신부 사제관은 성베드로와바오로성당에, 주로 머무는 사무실은 성비오5세성당에 있다. 주일과 평일을 합친 미사 16대는 두 신부가 8대씩 나눠 집전한다. 2신부 3본당 공동사목에 대한 시드니대교구 평가는 긍정적이다. 교구로부터 내년에는 4개 본당을 공동사목하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고 있다. 시드니대교구는 사제가 몹시 부족한 현실에서 이러한 형태의 공동사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2신부 3본당 공동사목이 자리를 잡는 데 우 신부 기여 또한 적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2005년 사제품을 받은 우 신부는 서울에서 본당 2곳 보좌를 지낸 후 2010년 8월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성마리아주교좌본당(3개월)ㆍ파이브독본당(1년 2개월)을 거쳐 이곳에는 올해 1월 부임했다. 호주에서 본격적 사목으로는 두 번째 본당인 셈이다.

 7월 21일 오후 6시 로스베리 성요셉성당에서 우 신부가 집전하는 토요 특전미사에 참례했다. 100명쯤 되는 신자 대부분이 노인이다. 성당 입구 책상에 주보와 함께 쌓인 유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강론 원고였다. 신자들을 위한 우 신부의 작은 배려다.

 "부족한 영어지만 최선을 다해 강론을 준비합니다. 신자들에게 강론 내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어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강론 원고를 집에 가져가 보관하면서 읽는 신자들이 많아요. 보람을 느낍니다."

 열과 성을 다하는 미사였다. 강론 한마디 한마디에서 신자들을 향한 우 신부의 진한 애정과 사목적 열의가 읽혔다. 비록 영어는 조금 서툴지 몰라도 그 정성만큼은 신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듯했다. 우 신부는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신자들과 힘찬 악수를 나눴다. 신자들 표정이 더없이 밝고 따뜻했다.

 우 신부는 호주에 처음 왔을 때 영어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현지 신부들과 신자들이 실망하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나름 농담이라고 준비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강론을 영어로 준비하는 것이 영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됐고, 정성을 다한 강론은 신자들 마음을 움직였다. 진심은 국경을 초월하는 언어다. 우 신부는 전임지였던 파이브독본당을 떠날 때 신자들이 보여준 사랑을 잊지 못한다.

 "호주교회는 우리나라처럼 신부가 이임한다고 해서 특별히 환송식을 갖는 그런 문화가 없습니다. 그냥 가면 가는 겁니다. 파이브독본당 마지막 미사 때였어요. 평소보다 두 배나 많은 신자들이 참례해서 저를 환송해주셨습니다. 편지와 선물도 많이 주시고요. 아무것도 아닌 저를 진심으로 아껴주셨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주임신부님도 이런 환송은 처음 보는 것이라고 놀라워하셨습니다."

 우 신부는 호주교회가 한국교회에 비해 침체된 듯 보이지만 배울 점도 많다고 말했다. 대체로 신자들이 기복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매사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다른 이들 고통에 진심으로 동참하려 한다는 것이다. 100년 다 된 책상을 사용하는 호주 사제들의 검소한 삶과 철저한 자기관리 또한 배울 점 가운데 하나다.

 우 신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성주간 때 전례를 직접 주례한 것이다. 보좌신부로서는 좀처럼 기회가 없는 것이 성주간 전례 주례다. 3본당 성주간 전례를 주임신부와 나눠서 해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제로서 정체성과 소명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우 신부는 한국 피데이 도눔 선교사에 대한 시드니대교구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 잘 교육받고 잘 준비했음을 확인하면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시드니대교구에서 한국 사제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일을 더 맡기려고 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좋게 비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울대교구에서 시드니대교구로 파견한 첫 피데이 도눔 선교사로서 책임감도 큽니다."

 후배 사제들이 시드니대교구에 피데이 도눔 선교사로 더 많이 파견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 신부 바람이다. 영어라는 외국어와 현지 문화를 배울 수 있고, 보편교회 감각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국이 낯선 호주 신자들에게 한국과 한국교회를 알릴 수 있는 것도 보람이다. 우 신부는 파견 예정 기간인 5년이 지난 후에도 시드니대교구에 남아 좀 더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직은 시드니대교구에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5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3년 후가 되면 호주교회에 제대로 봉사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시드니대교구 피데이 도눔 선교사의 교두보가 되고 싶습니다." 시드니(호주)=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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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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