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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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길을 가다] <하> 변방의 빛에서 만방의 빛으로

갈릴래아가 품었던 변방의 예수, ''인류의 빛''으로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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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릴래아 호수 옆 언덕에서 바라다 본 갈릴래아 호수 전경.
아르벨 계곡에서 이어지는 복음의 길은 갈릴래아 호수 서쪽에서 언덕을 타고 호수 북쪽으로 연결되며 마침내 종착지인 카파르나움으로 향한다.
 
 
`막달라`는 복음서에 나오는 마리아 막달레나가 살았던 고을이다. 기록에 따르면, 막달라는 예수 시대에 큰 무역항이었다. 하지만 막달라는 기원 후 66년에 시작된 제1차 유다-로마 전쟁 때 완전히 파괴됐고, 호숫가에서 서쪽으로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새로이 마을이 들어섰다. 그 마을이 미그달이다. 폐허가 된 막달라에는 현재 발굴 및 복원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복음의 길은 미그달 마을 앞을 통과해 `엔눈`이라고 하는 샘을 지나 북쪽으로 향하다가 다시 갈릴래아 호수쪽으로 꺾어진다. 갈릴래아 호수와 맞닿아 있는 이 일대는 긴노사렛 혹은 겐네사렛이라고 부르는 평야 지대다. 예수께서 배를 타고 오셔서 병자들을 고쳐주셨다는 바로 그 지역이다(마르 6,53-56 참조). 복음의 길은 호수 근처까지 내려오다가 다시 언덕 등성이로 오르며 호수를 오른쪽에 끼고 계속 북쪽으로 이어진다.

 엔눈에서 카파르나움에 이르는 복음의 길은 11㎞ 정도로, 반나절이면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일대가 예수의 주요 활동 지역임을 생각한다면, 온 종일 이 길을 걸으며 그분 자취를 되새기고 그분 가르침을 되뇌어도 부족할 지경이다.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갈릴래아 호수가 펼쳐져 있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낮 갈릴래아 호수는 더없이 평화롭다. 하지만 이렇게 잔잔한 호수도 바람이 불고 풍랑이 일면 거칠기 그지없다. 이 호수에서 예수께서는 물 위를 걸으신 기적과(마태 14,22-33), 풍랑을 잠재우신 기적(마르 4, 35-41)을 행하신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잔잔한 호수 같은 길이 어느 순간 폭풍우가 몰아치고 거센 물결이 일렁이는 광포한 바다로 변한다. 그럴 때 우리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말씀하신다. "겁내지 말아라." 그분께서 함께하시기에, 우리는 인생길의 두려움을 몰아낼 수 있다. 때로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하겠지만, 다시 극복해 낼 수 있다. 그것을 보여주시려 그분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니었던가.


 
▲ 예수께서 산으로 물러나시어 기도하셨다는 복음 말씀을 새긴 바위.
갈릴래아 호수 북단 상 중턱에 있다.
 
 
 복음의 길이 향하는 갈릴래아 호수 북단에는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신 것을 기념하는 오병이어 성당과 부활하신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양들을 잘 돌보라고 부탁하신 것을 기념하는 베드로 수위권 성당이 서로 지척을 두고 있다. 이 일대를 `타브가`라고 한다. `일곱 개의 샘`을 뜻하는 그리스어 `헵타페곤`에서 유래하는 명칭이다.

 타브가에서는 북쪽 산등성이로 향하는 가지길이 나 있다. 예수께서 참행복을 선언하신 것을 기념해 세워진 행복선언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 가지길 중간쯤에는 예수님 얼굴 모습을 새긴 바위가 있다. 바위에는 `예수께서는 산으로 물러가셔서 기도하셨다`는 라틴어가 적혀 있다. 그 자리에 서면 뒤쪽 위로는 행복선언 성당이 있고, 아래로는 갈랠래아 호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멀리 아르벨 절벽도 보인다.

 예수께서는 이곳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셨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하고 가르치셨다. 멀리 아르벨 계곡을 보며 그 비극의 역사도 떠올리셨을 것이다. 목자 없는 양처럼 헤매는 사람들을 가르치시면서 오병이어 기적을 행하신 것(마르 6,30-44)도 이 부근이었을지 모른다. 당신을 왕으로 모시려는 사람들을 피해 산으로 올라 기도하신 곳도 이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다시 가지길을 타고 내려와 마지막 목적지 카파르나움으로 향한다. 타브가에서 카파르나움까지는 5km 남짓한 거리다.

 카파르나움. 나자렛에서 고향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으시고 물러나신 예수께서 가신 곳이 바로 갈릴래아 호수 북단 카파르나움이었다. 예수께서 첫 제자 시몬 베드로를 부르신 곳, 세리 마태오를 부르신 곳, 시몬의 장모가 살던 곳,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곳, 백인대장의 하인을 낫게 하신 곳이 카파르나움이었다.

 2000년이 지난 카파르나움에는 폐허가 된 옛 도시의 흔적과 함께 벽과 기둥 일부가 남은 회당, 예수께서 안식일에 더러운 영을 쫓아내셨다는 그 회당(마르 4,31-37)이 순례객들을 맞이한다.

 복음의 길 종착지는 카파르나움 선착장이다. 카파르나움 유적지에서 10분 남짓 걸어 선착장에 도착했다. 마침 순례객을 태운 배가 선착장을 빠져 나간다. 2000년 전 예수께서도 이곳에서 배를 타고 서쪽으로는 겐네사렛으로, 동쪽으로는 게라사로 건너가셨을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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