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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10년째 매주일 문 연 계족산 선교찻집

“주님과 함께하는 신바람 나는 삶을, 많은 이웃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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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일 오후, 대전광역시 대덕구 계족산 등산로 초입에서는 반가운 인사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등산과 산책에 나선 이들 대부분은 ‘계족산 선교찻집’이 문을 열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고 가까이 다가온다. 입교서를 작성하라고 강요하는 선교사도, 선교사들의 인사조차 부담스럽다며 고개를 돌리는 이웃도 찾아볼 수 없다. 60여 년째 냉담하고 있다는 어르신도, 세례를 받고 싶어 성당엘 갔는데 아무도 아는 척을 안 해 돌아왔다고 토로하는 젊은이도 그저 찻집 앞에서 잠시 쉬다가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연다.

“안녕하세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벌써 10년이 됐군요. 축하드립니다.”

2일에는 ‘계족산 선교찻집’이 문을 연 지 10주년을 기념하며, 오가는 이들과 함께 시원한 음료뿐 아니라 기념떡도 나눴다.

이곳 찻집은 대전교구 선교위원 등으로 활동 중인 박대성(니콜라오) 선교사가 처음 마련했다. 현재는 대전교구 법동본당 선교분과 ‘하늘품 선교단’(주임 황용연 신부, 선교분과장 홍문기)이 정식으로 운영 중이다. 10년 전, 박 선교사는 본당 선교분과장과 구역장 등으로 활동하며 복음을 전하는데 큰 벽과 맞닥뜨렸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신바람 나는 삶을 이웃들에게도 알리고 싶었지만, 대부분 현관문조차 열어주질 않는 것이었다. 냉담신자들에겐 말만 걸어도 잰걸음으로 사라져 뒷모습만 바라봐야 했다.

“어디로 가면 이웃들을 만날 수 있을까?”

박 선교사는 고민 끝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가벼운 등산과 산책을 즐기는 이들로 북적대는 계족산 휴양림으로 눈을 돌렸다.

처음 찻집 문을 열 때는 뜻을 같이하는 본당 신자 몇몇만 동참했다. 하지만 매주 지속적으로 찻집을 열면서 본당 신자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찻집 운영을 위해 알음알음 후원금을 모아 자그마한 승합차를 구입해주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는 본당에서도 일정 예산도 지원하고 있다.

계족산 선교찻집은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전국 각 교구 선교단원들도 선교찻집 운영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곤 했다. 가톨릭교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민들을 위한 나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선교단의 모습을 지역사회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덕분에 등산로 입구에 상설 찻집도 조만간 열 수 있게 됐다.

특히 한여름 더위에도, 한겨울 칼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주일 찻집을 여는 선교단원들의 정성과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일용직에 종사해 하루라도 일을 쉬면 생계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일 시간을 온전히 봉헌하는 단원, 암투병 등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남은 삶을 기쁘게 선교활동에 바친 단원 등이 하늘품을 이끄는 디딤돌이 됐다. 2일에 나눠준 10주년 기념떡도 기초생활수급자인 한 단원이 아껴 모아 봉헌해준 쌀로 뽑을 수 있었다.

“하느님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잘 모르는 이들, 세례를 받았지만 하느님이 너무나 멀게만 느끼는 이들이 교회 밖을 헤매고 있습니다. 조건 없는 인사, 소박한 먹거리 나눔,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자연보호 활동 등으로도 하느님의 사랑을 쉽게 전할 수 있습니다. 이웃을 선교의 대상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섬김의 대상으로 인식하면 사랑의 폭은 더욱 넓어집니다.” 하늘품 선교단원들의 하나된 목소리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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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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