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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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김종득 군 선교사 가족의 선교 행진

“주님나라 튼튼한 성 쌓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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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로 또 같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알람소리에 퍼뜩 정신이 돌아와 고개를 들어보니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병사들의 숨소리는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불침번 근무자의 기척만 간간이 들려온다.

전방 육군 20사단에서 공병대 중대장으로 복무하고 있는 김원주(크리스티나·29·여군 52기) 대위는 조용히 기도서를 뒤적인다. 홀로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 하루의 고단함이 기분 좋은 노곤함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같은 시각 김 대위의 남동생 김한결(베드로·27·수의사관 7기) 중위와 막내 김한얼(안드레아·25·ROTC 49기) 중위도 부대의 정적 속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세 남매를 모두 육군 현역 장교로 군에 보낸 군 선교사 김종득(아우구스티노·58·예비역 대령) 남해숙(가브리엘라·56)씨 부부는 이미 십자가 앞에 둘러앉아 있다.

김 대위가 군문에 들어선 2007년 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오고 있는 김씨네 다섯 가족의 군 사랑 이야기는 날을 거듭할수록 차진 알곡으로 여물어가고 있다.



 
▲ 화기애애함이 넘치는 김씨네 가족들이 군생활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따로

주님 배우기

“서둘러. 왜 김 일병은 안 보여…. 어, 최 상병은 어디 간 거야.”

주일만 되면 미사 시간에 맞추려는 김원주 대위의 마음이 바빠진다. 짧은 순간순간 이어지는 하느님과의 만남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누구 못지않게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 그 기쁨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들과 나누고픈 마음이 점점 더 큰 열망으로 자라고 있다.

김 대위에게 군과의 인연은 운명인지도 모른다. 아버지 김종득(경북대 ROTC 16기)씨가 현역 장교로 근무하던 2005년까지 김 대위 남매의 놀이터는 늘 군 성당 마당이나 연병장이기 일쑤였다.

어릴 때부터 만들기에 유독 관심을 보여 일반대학 건축학과까지 마치고 졸업여행을 하다 번개처럼 뇌수에 꽂힌 게 군인의 길이었다. 그것도 남성들도 힘겹다는 공병의 길을 자원했다. 육군 3사관학교 교육과정은 물론 장교 초등군사반, 고등군사반 교육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장기복무까지 지원했다.

“아버지처럼 열심하지 못해요. 따라갈 생각도 못하죠. 하지만 아버지 삶을 조금씩 이해하며 주님과 더 가까워지는 걸 느껴요.”

신앙에 목말라하는 병사들과 주일미사에 참례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주중에 시작된다. 토요일이면 병사들을 실어 나를 차량 배차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고 근무 때문에 미사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주일뿐 아니라 평소에도 주위에 조금이라도 하느님을 전할 수 있는 일이라면 두 팔 걷고 나선다. 종교행사 때면 손수 차를 몰아 병사들을 성당으로 실어 나르는 일은 기본이고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말이라도 붙여야지 가만 있질 못한다. 훈련이나 부대 행사 등으로 미사를 빠질 때면 혼자서라도 인근 성지나 민간 성당을 찾아야만 마음이 놓인다.

“군은 하느님을 알고 배워나가기 좋은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저마다의 탈렌트를 잘 활용해 함께 하느님을 찾아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님 만나기

두 아들은 성소를 꿈꾸며 예비신학생의 길을 걷다 아버지의 길을 좇아 군문에 발을 들여놓았다.

장병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수의장교로 입대해 육군 52사단에서 복무하고 있는 큰아들 김한결 중위와 육군 6사단 포병대대 관측장교로 활동하고 있는 막내 김한얼 중위도 누나인 김원주 대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군생활을 하고 있다. 주위 병사들의 신앙생활을 챙기는 일은 당연한 몫이 된지 오래고 군생활을 하면서도 1년에 몇 차례씩 휴가를 내서라도 꼬박꼬박 피정을 하고 있다. 군생활 속에서 피폐해지기 쉬운 영성에 새로운 신앙의 물줄기를 대주기 위한 아버지 김씨의 세심한 배려는 자녀들이 장성해서도 끊임이 없다. 지금도 수도자의 길을 바라보며 꿈을 키워가고 있는 김한얼 중위는 아버지의 삶이 놀랍기만 할 뿐이다.

“교회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한 번도 마음껏 놀아준 적이 없는 아버지가 야속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엄청난 자기희생과 사랑이 없으면 힘든 일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잦은 훈련과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상황으로 미사조차 참례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자신이 그리스도의 그림자라는 생각은 한시도 이들의 삶을 떠나지 않는다. 지금도 종교행사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군용차량 운전대를 잡는 두 아들은 하느님 사랑을 실어 나르는 전령이 된다.

■ 또 같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활동하는 영역이 모두 다르다보니 이렇게 모일 수 있는 날도 많아야 1년에 두어 번. 군인주일을 맞아 큰딸 김원주 대위가 일하고 있는 군종교구 결전성당에서 만났다. 몸은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매일 밤 11시면 어김없이 하느님 안에서 만나온 이들이기에 이내 여느 가족 못지않은 화기애애함이 넘쳐난다.

모처럼 만난 다섯 사람의 화두는 군 선교, 어쩔 수 없는 가족이다. 지금도 군 선교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한 달에 몇 번씩은 병영에서 아침을 맞곤 하는 김씨 부부의 경험담은 자녀들의 가슴에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이런 병사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럴 땐 정말 힘들어요.” “요즘 이런 고민이 되는데….”

자녀들의 고민을 일찌감치 체험해본 김 씨의 대답은 늘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하느님께서 얼마나 너희를 사랑하시는지 알면 그 속에 해답이 다 있단다.”

김 대위가 바쁜 일과 중에도 가끔씩 들른다는 인근 양근성지를 찾아서도 김씨네 가족들의 대화는 군과 하느님 사이를 맴돌고 있었다. 천상 군 선교를 위해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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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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