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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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예수회 기쁜우리월드 아프리카 선교현장] 4. 케냐 온가타롱가 기쁜우리복지관

정부마저 외면한 빈민들에게 ''새로운 세상''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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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는 아프리카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 중 하나다. 수도 나이로비에는 고층 빌딩과 고급 주택이 즐비하고 도로에는 고급 승용차가 질주한다. 적어도 중심가에서는 아프리카하면 연상되는 `가난과 기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가난은 도시 변두리로 밀려났다. 도시개발로 시외곽으로 몰린 이들이, 부를 좇아 도시로 상경한 이들이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날품팔이로 연명하며 절망과 체념 속에 살고 있다. 체념은 폭력으로 이어진다. 해가 지면 무장강도가 설치는 암흑의 도시가 된다. 이 황량한 땅에 주님 복음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작은예수회 기쁜우리월드(대표이사 박성구 신부) 선교현장을 찾았다.

#경제발전 뒤에 숨겨진 아픔
 나이로비 국제공항에서 온가타롱가에 있는 복지관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도시 풍경에서 극심한 빈부격차를 볼 수 있다. 높은 담장과 전기 철조망을 두른 고급 주택들은 보는 이들에게 위압감마저 준다. 고급 주택가를 조금 벗어나니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거리에 쌓인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노는 아이들이 곳곳에 보였다. 돈이 될만한 건 주머니에 넣고, 먹을 수 있는 건 주저 없이 입에 넣는다.


 
▲ 온가타롱가 빈민촌 풍경.
길가에서 한낮 무료함을 달래던 아이들이 방문객의 카메라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방문객을 마중 나온 온가타롱가복지관 안혜성 센터장은 "1000개가 넘는 비정부기구가 케냐에서 활동하지만, 관료들의 부패와 심화하는 빈부격차로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며 "국민들도 교육 열의와 자립심이 약해 복지관에서 일하려면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야기 나누기도 잠시, 교통경찰 일행이 우리 차를 세웠다.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며 돈을 요구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외국인이 탄 차만 보면 트집을 잡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과 실랑이를 벌였지만 지폐 몇 장을 쥐어 줄 수밖에 없었다. 웃으며 잘 가라는 인사를 건네는 그들 모습에서 이곳의 암담한 현실을 볼 수 있었다.
 기쁜우리월드가 케냐에 진출한 건 2007년이다. 온가타롱가에서도 가장 열악한 빈민촌 한가운데 종합복지관을 열었다. 복지관에는 싱글맘을 대상으로 하는 제빵과 요리반, 양재, 구슬공예, 미용반 등이 있다. 실습생들 수업시간에 어린 자녀를 돌봐주는 육아반도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 지원이 미치지 않는 현실에서 복지관은 빈민들의 유일한 의지처다.
 방과 후 교실에서 만난 라우리(12)양의 엄마도 싱글맘이다. 엄마가 부잣집 가사 도우미로 일해 하루 버는 돈은 300실링(한화 5000원)이다. 그 돈으로는 교복과 신발 등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라우리는 결국 학교에서 쫓겨났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라우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의사가 되고 싶은 자신에게 국립학교 교육은 도움이 안 된다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라우리는 "당분간 복지관 도움을 받아 공부하다가 집안 형편이 나아지면 사립학교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라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다. 부모 대부분은 자녀를 복지관에 보내기 꺼린다. 부모가 일을 나가면 아이들이 집안일을 하고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 가정을 방문해 "복지관에 아이를 보내면 교육도 시켜주고 간식도 주겠다"고 말해도 냉랭한 반응이다.
 안 센터장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거리를 방황하거나 집안일을 하다 성인이 된다"며 "교육이 없으면 가난은 대물림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복지관에 얼마 전 경사가 났다. 요리반에서 1년간 기술을 배운 학생들이 창업한 것이다. 복지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창업 1호점인 건강음료 가게를 냈다.
 
 

 
▲ 복지관 창업 1호점인 건강음료점에서 창업자들이 음료를 만들고 있다.
 

 손님이 주문한 과일음료를 만드는 베로니카(25)씨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좋아서 잠을 못 이룰 정도"라며 "난생 처음으로 내 것을 갖고,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됐다"고 했다. 가게 한쪽에 앉아 있던 아들 샤벨(4)이 주스를 달라고 보챘다. 베로니카씨는 "돈을 벌면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싶다"며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며칠 전 과일음료점에서 20m 떨어진 곳에 창업 2호점 옷가게도 문을 열었다. 2호점을 운영하는 비트리스(39)씨는 "가난 때문에 어릴 적 꿈인 디자이너를 포기하고 매일 거리에 나가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며 "배고프다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을 때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의 남편은 부부싸움 후 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 그는 "꿈을 이뤄 매우 행복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창업자들은 모두 치열한 경쟁을 뚫었다. 복지관이 직업훈련반 수료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창업공모전에 뽑힌 이들이다. 창업자에게는 15만 실링(한화 250여만 원)이 지원된다. 하루 일당이 300실링인 현실에서 이런 거액의 창업자금은 평생 벌어도 만질 수 없는 돈이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복지사들 역할이 중요하다. 복지사는 가계부 작성과 은행업무, 위생관리까지 6개월간 창업자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창업 전부터 성공할



가톨릭평화신문  201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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