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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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리농 제9기 하늘땅물벗 일본 연수]<중>유기농 생산 소비, 지구 환경을 위한 실천의 시작

소비자들 요구로 유기농 재배 농가도 차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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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 농산물 생산과 소비, 학계의 뒷받침은 단순히 `안전한 먹을거리`만을 위한 건 아니다. 생명과 환경을 돌아보며 현대 문명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통해 대안적 생활공동체를 이뤄냄으로써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성찰의 여정이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조해붕 신부)의 제9기 하늘ㆍ땅ㆍ물ㆍ벗 일본 연수도 이같은 뜻에 초점이 맞춰졌다.


 
▲ 고베시 아카와다니조에서 유기농산물을 재배하는 시부타니씨가 9월 30일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채소를 뽑아 그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 우리농 서울대교구 본부 회원과 활동가들이 1일 다카라즈카교회에서 일본 주부들과 함께 모토메르회원들에게 전할 바구니에 호박 등을 넣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 추구하는 모토메르회

1일 효고현 고베시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다카라즈카시. 일본 그리스도교 연합 교단 소속 다카라즈카(寶塚)교회에 생산자들이 트럭을 댔다. 한창 가을걷이 시기로 접어드는 탓인지 채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피망이나 가지, 호박, 열무 등 각종 채소와 과일류, 쌀과 유정란, 우유, 쇠고기, 돼지고기 등이 하나둘 내려진다. 교회에 모여 있던 주부들과 하늘ㆍ땅ㆍ물ㆍ벗 일본 연수단이 힘을 합쳐 먹을거리를 각 가정별로 분류한 뒤 장바구니에 담아 교회 옆 공터에 내려놓았다. 이 먹을거리는 각 가정별로 직접 가져가거나 장애인들이 배송을 한다. 장애인들 배송비는 한 가정당 100엔, 우리 돈으로 1085원에 불과하지만, 여러 집을 돌면 쏠쏠한 수익이 된다.

 이를 주도하는 모임은 식품공해를 추방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추구하는 모임, 약칭 `모토메르회(求める會)`다. 1974년 고베학생청년센터에 모인 주부들이 농약에 오염돼 가는 먹을거리와 유해첨가물 등 식품 공해를 추방하고자 결성했다. 지역별 소모임이 70여 개, 회원도 300가구나 되는 모토메르회는 공동구매와 공동분배를 원칙으로 `생산자와 얼굴을 마주하는 관계`를 맺으며 일주일에 한 차례씩 유기 농산물과 축산물을 나눈다. 소비자든, 생산자든 사람과의 만남이 중요하다는 뜻에서다. 회원들은 그래서 다들 주기적으로 농촌에 나가 유기농을 하는 농부들과 함께 풀뽑기를 하고 벌레를 잡으며 연대를 한다.

 이 모임 역시 최근 들어 일본을 뒤흔든 방사능 오염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핵 발전 문제에 대해 공부하며 각 가정과 학교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를 대상으로 한 방사능 검사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모임 설립자 중 한 사람인 노부나가 다카코(信長たか子, 57) 전 대표는 "산업계에선 전력 수급의 어려움 때문에 원전을 재가동하자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우리는 방사능 오염이 너무 불안하다"며 "후쿠시마 농산물뿐 아니라 방사능이 대기 중으로 번지는 만큼 타 지역 방사능 오염 여부에 대한 식품 전수검사가 절실하다"고 회원들과 함께 입을 모은다.

 이같은 유통 모임이 가능한 것은 유기농 재배농가가 있기 때문이다. 효고현 유기농업연구회원으로, 농대를 나온 아들 시부타니 요시카즈(澁谷嘉一, 38)씨와 함께 농사를 짓는 시부타니 후키오(澁谷富喜男, 64)씨는 고베시 이카와다니조에서 시금치와 브로컬리, 콩, 토마토, 가지, 피망 등 유기농산물만 50여 종을 생산한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유기농산물을 생산한 건 아니다. 관행농법에 젖어 농약을 뿌리고 화학비료를 남용하곤 했다. 하지만 도시 소비자들이 찾아와 유기농산물을 생산해 줄 수 없느냐고 요청한 것을 계기로 유기농 재배에 들어갔다. 쌀겨와 두부찌꺼기로, 동물원에서 나온 동물배설물로 퇴비를 만들어 뿌리고 일일이 벌레를 잡아가며 유기농산물을 생산했다. 생산성뿐 아니라 상품성도 떨어지는 농산물을 계속 생산할 수 있었던 건 이런 농산물을 소비해준 소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기농 생산 방식 보급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농사를 짓는 유기농 생산자들을 보다 못해 농학자들이 나섰다. `일본 생협의 선구자`로 꼽히는 야스다 시게루(保田茂, 73) 고베대 농학부 명예교수 겸 효고(兵庫)농어촌사회연구소 대표는 대학에서 퇴직한 2007년 유기농 자재 생산 연구에 들어가 최근 생산에 성공했다. 쌀겨와 비지, 어분(魚粉), 유기석회(굴껍질), 물을 각각 6:3:2:1:2의 비율로 섞어 저온에서 발효시키는 방법을 적용했다. 효고농어촌사회연구소와 자신의 이름 첫 글자를 따 HYS저온발효유기자재로 명명한 퇴비는 농사에 무지했던 주부조차도 성공적으로 양파를 수확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이에 힘을 얻은 야스다 교수는 무려 40년이 지났는데도 크게 확산되지 않고 있는 유기농 생산 방식 보급에 팔을 걷어붙였다.

 야스다 교수는 "현재 일본에서 유기농이 전체 농업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1에 안팎에 불과한데 유기농 퇴비 개발을 계기로 유기농업 추진법에 따른 각 부나 현별 발전 계획 수립과 시행을 가속화해 나가겠다"며 "가능하다면 한국에 가서 유기농 생산농가에 퇴비 생산방법을 전수해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1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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