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생명의 문화] 양심 지킴이와 양심 불감증 ⑥ 그리스도인은 양심의 파수꾼

법 이상의 윤리성 부여하는 ''양심''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유혜숙(대구가톨릭대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일상의 삶에서 양심을 따르고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주의 기반 위에서 돈(자본)이 세상을 뒤흔들고, 일등제일주의와 무한경쟁주의 토대 위에서 학력, 능력, 스펙이 인생을 좌우하며, 부(富), 권력, 인맥이 여전히 삶을 결정짓는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 모두가 착한 사람은 바보 같은 사람이 되고 양심을 지키는 일은 무가치한 일이 되며 착한 사람, 양심적인 사람이 되라는 말은 무책임한 일이 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까닭이다. 실제로 사상과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진리와 선, 정의와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억압과 핍박을 당하고 감옥에 갇히며 고문을 당하고 심지어 목숨을 버려야 하는 이들이 엄연히 우리 역사에, 우리 삶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하고 올바른 일이라고 확신하는 바를 지켜나가는 것이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양심은 `어진 마음`,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바르고 착한 마음`, `도덕적인 가치를 판단하여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도록 하는 윤리 의식, 자기의 행위에 관하여 선악과 정사(正邪)의 판단을 내리는 본연적이고 후천적인 자각` 등으로 정의된다.

 이런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은 많은 경우 자신의 인간적 바람이나 세상의 풍요로움을 포기해야 하는 희생을 요구한다. 특히, 양심과 법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훨씬 더 그러하다.

 인간은 누구나 윤리적 행위의 기준인 윤리규범, 곧 양심과 법에 맞갖게 행동해야 한다. 이는 자신의 진정한 성장과 행복을 도모하고 인간 공동체의 참다운 발전과 공동선을 구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인간은 아주 가끔 양심과 법이 서로 충돌하는 극히 예외적 상황에 직
면해 윤리적 행위의 두 가지 기준인 양심과 법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과 혼란을 겪으며 둘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심하는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개인의 양심과 국가의 법, 국가의 정책, 국가의 명령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이다. 이처럼 양심과 법이 충돌하는 경우에 인간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해야 할 것인가?

 법은 신법(神法)과 인정법(人定法)으로 구분된다. 신법은 자연법(自然法)과 신적 실정법(神的 實定法)으로 구분되고, 인정법은 교회법과 국가법으로 구분된다.

 신법은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영원한 법이며 인정법은 인간이 제정한 법으로 영원불변한 법은 아니다. 따라서 인정법은 신법에서 기원하고 신법에서 구속력을 얻으며 신법의 정신을 담고 있어야 하고, 신법의 정신을 담지 않은 불의한 인정법은 법적 구속력을 얻지 못하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 이성에 당신의 법, 곧 자연법을 새겨 주셨고, 그 법은 인간 양심을 통해 의식되고 성찰된다. 이에 양심과 인정법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자연법과 인정법, 곧 신법과 인정법이 충돌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은 양심과 인정법이 충돌하는 경우 양심에 근거하여 자신의 윤리적 행위를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된다. 특히 인권, 사회정의, 공동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법에 대해서는 더 그래야 할 의무가 있다. 왜냐면 인권, 사회정의, 공동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인정법은 이런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신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법은 강제성을 가진다. 법은 그것을 준수할 의무와 법을 어겼을 때 따르게 될 제재 받을 의무를 부여한다.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법, 국가의 정책, 국가의 명령을 어겼다면 이에 따른 벌이나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양심을 지키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고 위험천만하며 법에 규정된 것보다 더 많은 윤리성을 실현해야 하는 노력과 희생을 요구한다. 양심은 우리 자신에게 법이 요구하는 것 이상의 윤리성을 구현해야 할 과제를 부여하는 것이다.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서 정의와 사랑, 진리와 양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이들이 있다. 불의한 법을 거부하고, 부패한 권력과 기업에 항거하며,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고 인간의 권리를 짓밟는 이들을 고발하는 선하고 의로운 이들이 자리한다.

 오늘 그들에게 이 세상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은총과 위로를 하느님 친히 내려 주시기를 기도드린다. 인간 존엄성과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공동선과 공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그들 노고와 헌신, 열정과 투신이 미래 우리 사회의 빛과 등불이 되기를 기도드린다. 우리 모두가 양심 지킴이, 양심의 파수꾼이 되어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사는 참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기도드린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02-0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2코린 8장 15절
많이 거둔 이도 남지 않고, 적게 거둔 이도 모자라지 않았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