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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칙 생명의 복음, 그 영원한 울림]<28> 생명 문화의 시작과 끝은 가정

기도 생활 통해 생명의 복음을 사는 가정 꾸려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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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성지순례 중 또다른 새로움을 발견했습니다. 몹시 피곤한 어떤 한국인 순례객의 불평어린 대화입니다. "결국 맨 마지막 성지는 가정이 아니겠어요? 모든 순례 일정도 결국 집에 들어와야만 끝나잖아요."

 그렇게 보니, 성지중 최고의 성지는 바로 나자렛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실질적 고향이며 집, 어머니 마리아와 양부 요셉이 일군 `가정`이 있던 곳이니까요. 필자가 나자렛에서 가장 포근함을 느꼈던 이유도 괜한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생명봉사자 : 생명의 복음은 결국 가정에로 귀착되겠지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결론도 그러합니다. < >(92항 §1). 그래서 단언하십니다. <<가정은 참으로 "생명의 성역"입니다. 그곳에서 하느님의 선물인 생명은 당연히 환영을 받으며 생명에 가해지는 많은 공격에서 보호를 받습니다.… 따라서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가정의 역할은 결정적이고 대체할 수 없는 것입니다>>(92항 §2).

 더 나아가 교황님께서는 생명의 복음을 (우리말 번역은 `경축`이라 했지만) 거행(celebration)하는 가정이 되려면 `기도`가 필수라고 강조하십니다. <<가정은 개인 기도와 가정 기도를 포함한 일상적 기도를 통해서 생명의 복음을 거행(경축)합니다>>(93항 §1). 이런 가정들의 연대를 잘 드러내는 것이 특히 입양인데, <<참된 부모의 사랑은 다른 가정들의 아이들을 받아들여… 혈육의 관계를 뛰어넘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93항 §2).
 
 ♂♀생명봉사자 : 가정에서는 아이들도 귀찮아지곤 하는데, 노인들은 더 귀찮게 느껴지겠지요? 소위 고려장에 대한 유혹도 느낄 것이고요.

 노인들에 대한 딱한 처지도 언급하십니다. <<또 다른 문화권들 속에서는 노인이 쓸모없는 짐으로 여겨지며, 버림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락사에 호소하고 싶은 유혹이 쉽게 일어나게 됩니다>>(94항 §1). 그러나 노인에 대한 존중은 세대 간의 `계약`이라고 언급하십니다(94항 §2 참조).

 그리고 필자의 소견입니다만, 고려장 제도는 정착된 농경 문화권인 고려시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풀을 따라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몽골의 척박한 자연환경에서는 겨울은 닥치는데 노인이 쇠약해져 긴 여행을 견딜 수가 없게 되면, 얼마의 물과 식량과 함께 웅덩이에다 노인을 모셔놓고 떠나기도 했답니다. 충효를 강조한 조선의 유교사회가 몽골의 피가 섞인 고려왕조의 정통성을 부정하려고 지어낸 것은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효도를 강조하면서도 기로(棄老), 즉 노인을 안락사시키고도 싶었던 조선사회의 이중성이 표출된 것이 아니었을까도 싶습니다.

 
 나가며


 박목월 시인의 시 `가정`이 생각납니다.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 구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이제 `단란`(團欒)이라는 가족에 관한 형용사는 사라졌고, 그 대신 `핵`이라는 형용사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핵가족 말입니다. 인생의 계획도 짜야 하니 상당수는 인공의 피임수단도 동원해야 했겠지요. 과연 누구를 위한 설계였는지, 결과적으로 보험업계의 불어난 몸집만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 >>는 「생명의 복음」 본문


이동호 신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교육분과장, 가톨릭대 윤리신학 교수,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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