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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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③ 인자는 머리둘 곳이 없다 - 성체줄기세포의 빛과 그림자

아직은 안전 검증 필요한 "임상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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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아줄기세포나 줄기세포 복제와 관련한 윤리적 갈등들은 역분화 기술이 탄생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반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난 번 본 란에서 소개했다. 그런데 하나의 도전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가 싶던 상황에서 또 다른 국면이 전개되기 시작됐다. 그것은 뜻밖에도 성체줄기세포 영역에서 이뤄지는 줄기세포 남용과 환자의 인권에 대한 위협의 형태로 다가왔다. 또하나의 새로운 도전이다.

 일반적으로 성체줄기세포들은 전분화능 줄기세포들(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임상시험도 더욱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중 하나였다. 성체줄기세포 중 조혈모세포의 경우 이미 각종 백혈병, 혈액질환 등을 대상으로 의학적 활용이 이뤄져왔다.

 그런데 최근 새롭게 대두되는 성체줄기세포인 중간엽줄기세포들이 벤쳐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고, 이들을 제품화 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허가를 신청하는 사례도 활발하다. 이들 중간엽줄기세포들은 주로 지방, 제대혈, 골수 등에서 채취해 시험관 배양을 거쳐 세포치료제로 상품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환자의 난치병을 치료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유효성), 또는 장기적으로도 부작용 없이 안전한지(안전성)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국제적 가이드라인 권장 사항에서도 제도권내 합법적 허가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들에게도 어디까지나 이것은 효과가 입증된 `치료`가 아니고 의학연구 과정에 있는 `임상시험`에 해당한다는 것을 솔직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환자에게 어떤 이득도 보장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금전적 지불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 모든 것들이 난치병 환자에 대한 기본적 인권차원의 배려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에서는 이러한 인도적 시각과는 거리가 있는 현상들이 일부 벤쳐회사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 줄기세포들이 주사만 맞으면 마치 어떠한 난치병에라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대 광고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 다단계 판매를 통해 회원을 모집한 후 환자들을 국내법이 미치지 않는 외국으로 데리고 나가 고액의 돈을 받고 줄기세포 시술을 하다가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나와서 국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상황에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효과에 대한 근거도 충분하지 않은 데다, 부작용에 대한 적절한 사후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낮선 땅 한 구석에 모아놓고 주사하는 형태의 돈벌이가 버젓하게 성행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인권 사각지대의 한 단면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다른나라에서도 줄기세포에 대한 과잉 광고로 환자들이 법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제3국으로 가서 불법시술을 받는, 이른바 `원정의료`가 이뤄지고 있어 세계 여러나라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치료를 위한 성체줄기세포가 환자들의 안전과 인권을 희생시켜 가면서 상업적으로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상업주의 영향은 여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최근 언론에서 자주 보도된 바와 같이 줄기세포 개발과 관련한 끊임없는 홍보와 공시,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금융권의 소용돌이들이 하나의 `테마`를 형성하면서 거대한 상업주의 회오리가 일어나기도 했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채취하는 과정에 윤리적 문제가 적고, 우리 몸 구석구석에서 끊임없이 재생과 생명의 보존을 위해 쉴새없이 활동하는 그런 소중한 세포다.

 그런데 이런 성체줄기세포들이 제대로 연구돼 생명의 가치를 위해 쓰여지기도 전에,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도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결국 윤리적 강점을 가진 성체줄기세포라 할지라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참 생명을 위한 길이 어떤 특정한 색깔이나 모양만으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 8,20)고 하셨다. 인간 존엄성과 생명의 참된 가치를 지켜나가는 길에서 어떠한 정형화된 고착도 있을 수 없다. 결국 우리가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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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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