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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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10주년 학술대회 "인격주의 생명윤리"

죽음으로 비춰 본 생명의 다양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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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인격주의 생명윤리-생명과 죽음의 문제`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올바른 생명윤리관을 확립하고자 교육과 연구에 매진해온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소장 구인회)가 설립 10주년을 맞아 10일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인격주의 생명윤리-생명과 죽음의 문제`를 주제로 10주년 학술대회를 열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와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는 가톨릭교회 생명윤리의 근간이 되는 인격주의에 대해 살펴보고, 흔히 생명의 끝으로 인식되는 죽음을 다방면에서 이해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다음은 발표문 요약이다.

   ▨ 가톨릭교회 인격주의 생명윤리와 생명문화(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

 가톨릭의 인격주의는 인간 존재를 존재론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인간은 곧 인격이며, 인간은 인간으로 실존하는 순간부터 인격 지위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생명의 존엄성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생명윤리는 인격주의에 기초할 때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 가톨릭의 인격주의 생명윤리에서 인간은 수정란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모든 과정에서 인격 지위를 가지며, 인격 자체이다. 따라서 가톨릭의 인격주의 생명윤리학은 인간 존재가 바로 인격 존재라는 것을 토대로 삼고 생명윤리학과 관련된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선(善)은 생명을 긍정하고 보전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며, 악(惡)은 삶을 부정하고 해롭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원리를 구체적 삶에서 구현하는 것이 생명문화의 근본 목적이자 과제다. 가톨릭교회 인격주의 생명윤리에 입각한 생명문화를 이룩하는 길은 한마디로 "네가 생명에 들어가려면 계명들을 지켜라"(마태 19,17)는 예수 그리스도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가르친 계명은 살인ㆍ간음ㆍ도둑질ㆍ거짓 증언을 하지 말고, 부모를 공경하며, 무엇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생명의 존엄성(안성희 수녀, 가톨릭대 간호대학)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와 그 가족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환자의 여생 동안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도록 돌보고, 삶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맞도록 신체적ㆍ정서적ㆍ사회적ㆍ영적으로 도우며, 사별 가족의 고통과 슬픔을 경감시키는 총체적 돌봄이다.

 호스피스는 △환자와 가족 모두를 대상으로 하며 △환자와 가족 뜻에 따라 돌봄의 방향을 결정하고 △통증 및 말기 증상 완화에 힘쓰며 △환자가 인격적 죽음을 맞도록 노력한다. 호스피스 돌봄은 서로의 안녕을 빌 수 있는 시간이며, 분리된 관계를 치유할 수 있는 때다. 또 서로 용서를 주고 받으며, 풀어진 삶을 단정히 모으는 때이므로 인간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 자연과학에서 바라보는 생명과 죽음(김원선 교수, 서강대 생명과학과)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가 모호하다.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생물학자들은 생물을 정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근본적 이유는 인식의 한계다. 인간이 인식하는 세계는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이다.

 생물의 일생은 일견 직선 과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으로 순환하는 과정이다. 시작점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주관일 뿐, 실제로는 과정 하나하나가 시작인 동시에 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현실적으로는 뚜렷이 구분되는 사건으로 받아들이지만 실제적으로,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삶과 죽음은 겹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정란에서부터 생명은 그 속에 내재돼 있으며, 생명체가 그 수명을 다하기 훨씬 이전에 그 분신인 또 다른 생명체에 생명의 영속성은 이어지고 있다.

 ▨ 의학에서 바라보는 죽음(김중곤 교수, 서울대 의과대학)

 심장박동과 호흡의 불가역적 정지를 의미하는 심폐사는 죽음을 판정하는 전통적 방식이다. 이 방식은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쉽게 알 수 있어 예전부터 사망을 판정하는 기준이 됐다. 여러 신체기관 중 생명 유지에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심장, 폐와 뇌이며, 특히 심장과 폐의 기능 상실은 급속하게 신체 전체의 비가역적 손상으로 이어진다. 심장박동이나 호흡이 정지되면 신체 모든 장기에 대한 산소 공급이 중단돼 결국에는 신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이 사멸하게 된다. 이러한 순차적 사망 과정이 전통적 죽음의 정의인 심폐사다.

 뇌사는 심폐사에 이르는 전 단계로, 전뇌(whole brain) 또는 대뇌 기능의 불가역적 정지를 죽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는 것은 뇌사 상태가 필연적으로 심폐사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죽음의 새로운 기준으로 뇌사를 받아들이는 것은 뇌의 신체 통합기능이 멈춤에 따라 주요 신체기관의 불가역적 정지가 일어나는 것이 죽음의 핵심적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 토마스 아퀴나스에 드러난 생명,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의 생명(이재경 교수, 연세대 철학과)

 중세 그리스도교 철학과 신학을 집대성한 토마스 아퀴나스에 따르면 인간 영혼은, 존재하기 위해 질료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물질적 형상과 달리 자신의 고유한 존재(esse)를 가지는 특수한 육체의 형상이다. 그 존재를 육체와 공유하는 자립적 형상으로, 바로 이 점으로 인해 죽음이 생명의 끝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현세와 내세의 동일성을 보장한다.

 현세에서 영혼은 자신의 존재를 육체와 공유하고, 내세에서는 육체와 분리된 영혼의 상태로 그 존재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그러다가 마지막 날에 부활한 육체와 결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현세에서 영혼과 육체로 이뤄진 한 인간이 죽는다는 것은 육체로부터 영혼이 분리되는 것이다. 육체가 죽고 부패하더라도 분리된 영혼은 죽지 않고 존속한다(영혼의 불사성). 그리고 언젠가는 육체가 부활해 존속하는 영혼과 재결합한다(육체의 부활).

 ▨ 사랑과 죽음의 체험 의미(구인회 교수,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죽음을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에 따라 삶에 대한 우리 태도가 결정된다. 그릇된 죽음관은 삶을 왜곡시킬 수 있다. 우리가 삶에 얼마나 집착하는가에 따라 죽음이 가져오는 절망과 상실감, 위협의 정도도 다를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하고 부르짖었다. 죽음이 두려웠지만 아버지 뜻에 순명하고 자신의 죽음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였다. 죽음을 거쳐 부활한 예수는 죽음의 종국과 무의미함을 소멸시켰다. 예수의 부활은 그가 나왔던 곳, 다



가톨릭평화신문  20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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