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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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① 왜 생명의 문화인가?

생명의 복음 실현 위해 생명 문화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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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우리 삶과 사회를 돌아보면 참으로 복잡하기 그지없다. 때로는 시끄러울 정도로 번잡하고 변화가 심해서 어지러울 정도이다. 삶은 각박해져 이웃을 돌아보거나 사랑이란 계명을 실천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것이 사실이다. 어느 시대인들 그렇지 않았을까마는 그래도 지금은 그 정도가 심한 것 같다. 이럴 때 다시 한 번 신앙인으로서의 우리 삶을 돌아보고, 우리가 받아들이기로 한 복음 말씀은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신앙인으로서 우리 삶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앞으로 5회에 걸쳐 `생명과 문화`란 주제어를 통해 열어가고자 한다.

 우리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규정한다. 가족관계, 사회적 위치와 직업은 물론 그에 따른 다양한 생각과 의식, 행동에 따라 여러 다른 정체성을 지닌다. 그럼에도 우리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란 사실보다 더 근본적 결단은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선포된 복음과 그 안에 담긴 가르침을 삶의 기준으로 삼고, 그것을 존재의 궁극적 기준으로 설정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두 가지 과제를 지닌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자신의 구체적 삶에서 근본적 기준으로 설정하고, 이것을 매순간의 삶과 행동에서 거듭 확인해야하는 과제이다. 또 다른 과제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세계를 그 가르침이 올바르게 달성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하는 의무이다. 개인의 삶과 행동은 이런 세계를 떠나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매번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돌아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 삶이 자리한 이 세계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한 말씀의 핵심은 우리 삶과 생명을 구하는 데 있다. 예수의 공생활을 통해 우리가 듣는 것은 생명을 죽이는 모든 잘못된 생각과 행동, 죽음의 길에서 벗어나 참된 생명을 얻는 길과 진리, 그러한 삶에 대한 가르침이다. 그것이 때로는 죄와 구원이란 말로, 때로는 이웃과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또는 자신을 비우는 삶(케노시스)이란 말로 나타난다. 표현의 다양함과 강조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한 예수님 가르침은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데 있다. 그것이 길과 진리이며, 그것이 영원한 삶이며, 참 생명인 것이다.

 오늘날 예수님 가르침, 복음 말씀은 어떤 상황에 처해진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정녕 복음 말씀을 실현할 그러한 문화적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복음은 구체적 현실과 구체적 삶의 모습을 떠나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을 우리는 문화라 이름한다. 생명의 복음은 생명 문화를 필요로 한다. 복음은 문화를 통해 실현된다.

 일차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세계는 자연과 생명을 객관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자연과학적 세계관에 놓여있다. 과학은 진리를 발견하는 최고 학문이며, 기술문명은 그 결과를 현실적으로 활용해 만들어진 세계이다. 또 우리들의 구체적 삶과 생활은 경제체제를 떠나 가능하지 않다. 우리들 삶과 생활은 경제적 체제에 의해 결정돼 있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고, 우리 삶을 반성해보면 이런 사실은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과학기술과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우리 삶의 결정적 요소인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삶의 기준과 과제, 궁극적 목표가 이런 현실적 모습과 잘 맞지 않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아니 많은 경우 이것이 갈등과 모순을 초래하기까지 한다. 자연과학은 생명과 자연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주지만, 다른 한편 생명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무관심하다. 그것은 자연과학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고 평안하게 하는 물질적 기회를 제공하지만, 또한 우리 존재의 진리와 의미에 무관심하거나 때로는 그것을 배반하기도 한다.

 생명과 사랑, 복음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현재의 문화에 놓여있는 한계는 물론, 그 안에 담겨있는 생명의 가치와 마찰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모순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과학과 경제체제가 우리 현재 삶을 가능하게 했지만, 그것이 본래적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진리에 합당하도록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적 삶의 지평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지키고 실현하는 길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기에 생명 문화가 지니는 의미가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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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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