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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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② 왜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가

하느님 본성 담긴 인간을 함부로 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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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말씀이나 교회 가르침에 충실한 사람에게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럼에도 우리의 문화적 상황을 돌아보면 생명 존중이란 그냥 스쳐가는 말에 그칠 뿐이며, 오히려 생명을 해치거나 파괴하는 행동을 더 많이 보게 된다. 그러기에 다시금 왜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나의 말로 확실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생명 존중 문화가 분명히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 가장 분명한 이유라면 무엇보다도 성경 창세기의 가르침일 것이다. 창세기 1장 26절은 인간이 바로 하느님 모상(Imago Dei)에 따라 창조됐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하느님 모습을 따라 창조됨으로써 인간은 하느님 존재를 자신 안에 담고 있다. 그 말이 곧 우리 외적 모습이 하느님 얼굴이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 말씀은 우리 존재가 바로 하느님 존재에 근거해 있으며, 우리 본성이 다름 아닌 하느님 존재란 의미일 것이다.

 하느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 모습을 담고 있는 다른 사람을 볼 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 존재는 바로 하느님 모습을 따라 창조된 이웃 사람 안에 담겨있다. 그 이웃은 내가 구체적으로 만나고 이야기 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하느님 존재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내 옆에, 그것도 아주 구체적인 그 모습으로 있는 것이다. 길을 가면서 스쳐지나가는 그 사람이, 나를 기쁘게도 하지만 나를 아프게도 하는 그 사람이, "저 사람만 없다면 정말 좋은 세상일텐데!"하고 말하게 만드는 바로 그 사람이 하느님 존재인 것이다. 생명을 존중한다는 말은 바로 하느님 존재를 그대로 담고 있는 그 사람을 존중하고 아끼고, 그 사람을 하느님처럼 존중한다는 말이다.

 현대 생명과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이런 사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자연과 생명은 역사적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은 역사를 통해 형성된 것, 역사적 결과물이다. 그러기에 생명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

 생명에 대해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생명과학은 여기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역사의 어느 한 순간 생겨났다. 과학은 생명 탄생의 의미나 그 순간의 내적 모습은 물론, 생명의 목적에 대해서도 아무런 사실도 말할 수 없다. 그것은 과학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역사를 기술하는 생명과학이 밝혀낸 것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개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본적 메커니즘이나 체계는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와 그에 따른 구성 원리를 따르며 동일한 작동원리에 근거해 있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인간과 같은 기원 원리에 따라 이뤄졌다. 그 가운데 인간은 유일하게 생명의 역사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지닌 존재이다. 그것은 인간이 지닌 하느님 모습, 우리 안에 담긴 하느님 존재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 의미가 곧 인간 이외 생명체를 지배하고 마음대로 다뤄도 좋다는 의미에서의 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창조의 협력자이며, 창조사업이 완성에 이르도록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물려받았다. 그것은 생명의 본래 의미와 원리가 실현되고 완성에 이르도록 하는 가운데 실현된다. 여기에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을 생명이게 해야 하는 인간의 존재의미가 자리한다.

 그 자신이 창조된 생명 가운데 하나이며, 기나긴 생명 역사의 결과물인 인간이 자신의 능력으로 생명 의미와 목적을 성찰하고 되새김으로써 생명의 역사와 의미를 완성시켜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은 것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을 존중하고, 나아가 다른 생명을 존중하고 유지함으로써 창조와 생명에 담긴 의미와 목적, 원리를 완성에 이르도록 할 의무를 지닌다.

 이러한 의무와 과제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우리 안에 담긴 하느님 모습, 우리 존재의 목적인 하느님 본성을 배반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 자신 창조된 생명체임에도 인간은 자신의 존재와 행위를 통해 생명의 미래를 결정하고 생명의 의미를 달성할 과제를 물려받은 것이다. 그와 함께 생명 존중과 생명의 의미를 달성함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성취하게 된다. 우리 생명 안에 생명의 본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생명문화는 생명을 생명으로 살게 하는 문화이면서, 우리의 존재를 성취하는 문화적 삶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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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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